[발언대] 목재 땔감 만들지 말고 큰 나무로 키워야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2021. 9.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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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화력발전소 땔감으로 쓰이는 목재 압축 연료(펠릿) 수입을 중단하고 국산 목재 펠릿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간 160만t의 목재를 추가 생산해 전기 발전을 위한 땔감으로 사용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 숲은 황폐화되기 마련이다. 연료용 목재 생산을 늘리면 산림의 생물 다양성이 감소할 뿐 아니라 주택 건설과 가구 제조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목재 생산을 어렵게 한다. 숲은 양질의 토양에서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이자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의 수질을 좋게 해주는 정수장이며,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휴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무를 오래 키우고 숲을 가꾸는 게 중요하다. 나무가 충분히 자라기 전에 잘라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목재를 생산하고 남은 잔가지까지 모두 끌어다 땔감으로 사용하면 토양에 유기물이 축적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목재 펠릿 생산 비용은 국제 경쟁력이 없어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채산성이 없다. 정부가 목재 팰릿이나 목재 칩 등 산림 바이오매스 사용을 늘리기 위해 이를 생산·소비하는 산주(山主) 및 전기 생산 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은 지속 가능한 임업 정책이 아니다. 산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 다양성, 수자원 보전, 탄소 저장 등 숲의 생태 서비스 가치가 극대화하도록 가꿔야 한다. 이를 위해 어린 나무를 베어 전기 생산용 산림 바이오매스를 생산하는 데 지원하기보다 집을 짓는 데 쓸 수 있는 큰 나무를 기르는 산주에게 보조금을 주는 임업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숲을 풍성하게 가꾸는 사람에게 재정 지원을 해야 우리나라 산림이 풍성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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