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37] 성가신 일은 무시해라
멕시코혁명 당시 반란군 지도자 판초 비야는 로빈 후드와 돈 후안을 섞어 놓은 듯한 인물이었다. 열차를 탈취해서 얻은 귀중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가는 곳마다 낭만적 사건들을 벌이면서 여자들을 사로잡았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으니 미국도 처음에는 비야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비야가 미국 영토까지 침범해서 미국인 17명의 목숨을 빼앗는 사건이 터지자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생각을 바꿨다. 그의 평화주의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된 때문이다. 1916년 3월 멕시코에 1만명에 이르는 토벌 원정대를 파병했다. 원정대는 화려했다. 인디언 토벌로 명성이 자자했던 존 퍼싱 장군이 이끌고, 당시 최첨단 장비인 무선통신까지 동원되었다. 원정은 한 달 안에 끝날 것 같았다.
현지에 도착한 원정대는 비야의 목에 현상금 5만달러를 걸었다. 일개 산적에 불과했던 비야의 몸값이 오르자 그는 갑자기 민족의 영웅이 되었다. 주민들이 미국 원정대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원정대는 늘 골탕을 먹었다. 그때마다 원정대가 조금씩 늘어나 12만3000명으로 커졌지만, 비야의 꼬리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1917년 1월 윌슨 대통령이 퍼싱 장군에게 퇴각을 명령했다. 그 순간 반란군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미군은 비행기까지 동원해서 후방을 막으며 꼴사납게 탈출했다.
토벌 원정대는 미국의 힘과 체면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0개월 동안 1억3000만달러나 쏟아부었다. 하지만 멕시코 산악 지대는 미군에 너무 낯설었다. 양쪽의 병력 차이가 비대칭적으로 커지면서 애초 내세웠던 원정의 정당성은 흐려지고 상황은 코미디가 되어갔다. 85년 뒤 아프가니스탄 산악 지대에서 20년간 벌어질 일의 예고편이었다. 성가시고 짜증 나는 일에 지나치게 자존심을 세운 결과다.
1916년 이 무렵 미국의 토벌 원정대가 비야에게 처음으로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불길한 생각에 휩싸여 철수를 떠올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79] 한 달에 5분만 행복해도 나쁘지 않은 인생
-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30] 라비니아 폰타나와 자녀들
-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55] 멕시코의 과학자 출신 여성 정치인
- 美 법원, 트럼프에게 “함구령 위반하면 수감한다” 두 번째 경고
- 불청객 암, 막고 이겨내려면… 일주일 두 번 ‘이 운동’ 꼭 해야 한다
- ‘21세기 만병통치약’...비만치료제 ‘위고비’ 지방간에도 효과 있다
- 美 컬럼비아대 “졸업식 취소”...기습 反戰시위에 사고 우려
- 최태원 “반도체 호황, 그리 길게 가지 않을 것”
- 알리가 최저가?...생필품, 국내 이커머스가 싼 게 많네
- “이게 바로 대전의 자존심”… 반응 뜨거운 성심당 공지 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