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산 집 3일 만에 비우라고?"..수천명 아프간인 거리로 나섰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명령으로 집에서 쫓겨나게 된 아프가니스탄 수천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
15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수천 명의 주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진행했다. 군 관사에 거주하던 이들로, 탈레반의 강제 퇴거 명령에 항의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현장 영상에는 거리를 가득 메운 채 행진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담겨있다. 참가자 대부분이 남성이지만, 간혹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를 착용한 여성도 보였다.
아프간에서는 군 기지나 경찰청 인근에 군경 가족이 사는 마을이 형성돼 있다. 칸다하르에만 해도 군인 관사 마을에 3000가구가 모여 살고 인구수는 약 1만 명에 달한다.
문제는 칸다하르가 탈레반에게 ‘정신적 고향’과도 같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현재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 툴라 아쿤드자다도 이곳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탈레반은 주민들이 살던 관사를 빼앗아 조직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정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살던 주민 중 일부는 한 집에서만 30여년을 살았는데 탈레반이 고작 사흘 내로 집을 비우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한 주민 역시 AFP에 “퇴거 명령을 받았으나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현지에서는 시위에 나선 주민 중 일부가 탈레반에게 폭행당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탈레반은 지난 9일부터 내무부, 법무부 등 정부로부터 허가받지 않은 모든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마을 원로와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때까지 퇴거 조치를 일시 유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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