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외교장관 회담 열리는 날, 탄도미사일 쏜 북한
북·미 대화 몸값 올리려 무리수
추가도발 국제고립 자초할 뿐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다목적 포석이다. 무엇보다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도발했지만 미국이 이렇다 할 액션을 보이지 않는 데 따른 불만의 표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북 제재 등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압박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이후 단절된 북·미 대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오판이다. 원칙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성향으로 볼 때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 북한의 도발은 국제적 고립만 자초할 뿐이다. 국제 상식과 원칙에 맞는 행동만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길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외교가에선 정의용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이 열리는 날을 택한 것에 대해 북·중 간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우리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무관한지 묻게 된다. 지난 7월부터 영변 핵시설 가동 징후가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왔고, 어제는 IAEA 사무총장이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서 냉각장치를 제거한 것으로 보이는 동향을 목격했다”고 밝혀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진 상황이다. 영변에서 플루토늄뿐만 아니라 농축우라늄 증산을 위해 원심분리기 시설 보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징후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공동선언 취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북한의 도발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정부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정부는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유효기간이 사실상 끝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앞세워 ‘대화 타령’만 하지 말고 이제는 북한의 잘못을 당당하게 지적해야 한다. 북한에 질질 끌려다녀서는 북한 비핵화는 요원할 뿐이다. 중국도 북한의 도발을 두둔만 할 게 아니라 비핵화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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