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불던 날 ..'두산 야구'가 살아났다
[경향신문]
김재환 역전 투런·정수빈 연속 호수비 등 공수 활력
KT전 6 대 2 승리…NC와 1.5게임차 5강 진입 희망
타석에선 김재환이 드넓은 잠실구장 외야 담장 너머로 대형 타구를 퍼올린다. 외야 중앙에서는 정수빈(이상 두산)이 스파이더맨처럼 날아다니며 안타성 타구를 연달아 걷어낸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프로야구의 ‘강자’ 두산이 정규시즌 종반으로 접어들며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두산 야구’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홈 KT전에서 선발 최원준이 6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며 시즌 9승(2패)을 달성한 가운데 1회말 터진 김재환의 역전 투런홈런을 포함, 10안타를 몰아 치며 6-2로 승리했다.
주력선수 이탈과 주요선수 부상 등으로 전력이 가라앉은 가운데 시즌을 맞은 두산은 2015년 김태형 감독 체제가 시작된 이후 최악의 흐름으로 시즌을 보내왔다. ‘가을야구’가 가능한 5강권 문턱도 올해만큼은 너무도 높아 보였다.
이날 경기로 5위 NC와의 간격은 1.5게임차. 여전히 5강 진입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바람이 서늘해지며 잠실구장의 공기도 달라지고 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최근 10경기에서 7승1무2패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피로로 1군에서 빠져 열흘을 쉬기로 하는 등 불안요소는 여전하지만, 야수진에서 특유의 색깔을 다시 내고 있다.
4번 타자 김재환은 1회 상대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우월 역전 투런홈런을 때리는 등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제몫을 했는데 이날 경기를 포함,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4할 3홈런 13타점으로 특유의 위압감을 되찾았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이 좋아졌다”며 최근 주춤한 양석환이 살아날 경우 중심타선의 위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했다.
FA 첫해를 그늘 속에서 보내던 정수빈은 다시 중견수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6-1로 앞서던 6회초 무사 1루에서 김민혁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잡아 상대 공격의 맥을 끊더니 2사 후에는 제라드 호잉이 때린 장타성 타구를 125m 거리의 정중앙 담장 앞에서 잡아내며 이닝을 종료시켰다. 정수빈은 톱타자로도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날았다.
선두 KT는 쿠에바스가 3.1이닝 만에 8피안타 6실점으로 조기 강판하며 힘든 경기를 했다. 또 주전 포수 장성우가 코로나19 백신을 이날 접종해 대타로만 출전한 여파로 8회말 강백호가 포수로 출전하는 진풍경도 나왔다. 강백호는 2019년 4월20일 사직 롯데전 9회말 이후 프로 2번째 포수 출전 이력을 남겼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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