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방출 딛고, 33세 첫 그랜드슬램..전민수 "내게 이런 날이"
[경향신문]
이영민 타격상 받은 유망주에서
수술·재활·방출 거듭 ‘방랑자’로
전민수(NC·사진)는 이영민 타격상도 받았던 좌타 유망주였다. 그러나 2008년 데뷔한 프로 무대에서는 2년 동안 1군에서 15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경찰청에 입대했다. 어깨 부상이 왔다.
첫 수술을 받고 제대, 팀에 복귀했지만 2012년 다시 같은 부상이 왔다. 다시 수술받고 재활했을 때는 넥센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포기하기에는 뭘 해보지도 못했기에 집념으로 뛰어든 전민수는 2014년 KT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016년, 7년 만에 다시 1군 무대에 섰다. 3년간 150경기에 출전했고 데뷔 첫 안타도, 홈런도 쳤다.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오랜 시간을 1군에서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외야수가 너무 많았던 KT에서 2018년 시즌 뒤 전민수는 방출됐다.
KT에서 LG 거쳐 NC 유니폼
14일 만루포 날리며 ‘설움 탈출’
“재능 타고나지 않아도 열심히”
‘전민수의 날’은 이제부터 시작
약 한 달, 정말 야구를 그만두게 되려나 싶을 때 LG의 손을 잡았다. 2019년 75경기를 1군에서 뛰었다. 그러나 역시 외야수가 넘치는 LG에서는 2년 만인 지난 시즌 뒤 다시 방출됐다.
전민수의 성실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바로 NC가 손을 내밀었고 전민수는 네 번째 팀 유니폼을 입었다.
스무 살에 출발해 세 번의 방출을 거쳐 우리 나이 서른셋에 네 번째 유니폼을 입은 전민수는 지금 꾸준히 1군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로 대타로 출전했지만 지난 12일 KIA전에서 선발 출전해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를 치고는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러자 생애 첫 만루홈런이 나왔다.
지난 14일 창원 키움전에서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전민수는 6-6으로 맞서던 6회말 1사 만루 기회를 맞았다. 키움의 필승 계투 조상우의 3구째를 걷어올려 우월 만루 홈런을 때렸다. 전민수는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4개였다. KT에서 뛰던 2016~2017년에 기록했다. 지난 12일 KIA전에서 무려 4년 만에 통산 5호 홈런을 치더니 이틀 만에 만루 기회에서 홈런을 터뜨렸다.
전민수는 “열 살에 야구를 시작했는데 만루 홈런은 처음 쳐봤다. 야구하면서 만루홈런과 끝내기 홈런을 꼭 한번 쳐보고 싶었는데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웃었다. 야구인생 대부분을 대타로 보냈던 전민수는 이날은 완벽한 주인공이 됐다. NC는 이날 승리로 4위 키움을 1.5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전민수는 “방출된 뒤 우승 팀에서 불러줘 감사하게 생각하고 우승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왔다”며 “현재 5강 싸움을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활기차게 뛰고 있어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입대 전 히어로즈에서 마지막으로 뛴 2009년 이후 전민수의 1군 통산 경력에는 6년의 공백이 있다. 그러나 그사이에도 수술, 재활, 재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전민수의 경력은 그 뒤 또 두 번의 방출이 더해졌어도 멈추지 않고 있다.
새로 도전해야 할 때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전민수는 “프로에 온 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타고나지 않았어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결국 결과를 누린다는 것도 안다”고 말했다.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NC 전민수’의 날도 이제 시작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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