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은 못 옮겨요'..'고용허가제'에 우는 노동자
[앵커]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 대부분은 '고용허가제' 적용을 받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는 측면도 있지만, 3번을 넘겨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이주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윤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18년 한국에 들어온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 아미르씨.
이듬해 10월, 3번째 직장으로 이직했는데, 출근 일주일도 되지 않아 프레스 작업 중 손가락 4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미르/가명 : "2년 전에 여기에 와서 제가 일하다가 손 다쳤어요. 그래서 네 손가락 여기서 잘렸어요."]
이후 6개월간 치료를 받고 복귀하려 했지만, 회사의 반응은 차가왔습니다.
[업체 관계자/6월30일 : "손가락 움직여? 안되면 일 못 하는 거야. 여기 회사에서도 계속 있을 수 없어 일을 못 하면. 그럼 본국으로 가야 해."]
'고용허가제' 규정상 E9 비자를 받고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3번째 사업장을 떠날 경우 비자 만료로 출국해야 합니다.
출국을 피하려고 아미르씨는 계약 기간까지 버텨야 했고, 사업주의 폭언 등으로 고통스러웠다고 주장합니다.
[아미르/가명 : "손 다쳤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 싫어해요 사장님도 싫어해요. 저한테 다 나쁜 말 해요. 많이 힘들어요."]
업체는 규정에 따라 계약 기간을 지켰고, 부당한 처우 등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요, 솔직히 일 제대로 시킬 수 없는 입장인데 급여 주면서 데리고 있었고요."]
지난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 그동안 여러 번의 개정이 있었지만 사업장 이직의 권한은 여전히 고용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송수연/노무사 : "3번째부터는 출국을 해야 해요. 더이상 (사업장을) 바꿀 수 없어요. 그래서 부당한 대우라던가 심각한 괴롭힘도 (참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0% 이상이 힘든 점으로 이직의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결국, 지난해 3월, 이주노동자 시민단체들은 '고용허가제'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했고, 내년쯤 위헌 여부가 가려질 예정입니다.
KBS 뉴스 윤나경입니다.
윤나경 기자 (bellen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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