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간 통화 분석..바이든 "정상회담", 시진핑 ".."
[경향신문]
코로나·정치적 위험 부담 탓
시 주석, 직접 대화 외면 해석
백악관 “제안 사실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시 주석이 이를 묵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제안 사실을 부인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쪽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양국 관계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대면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시 주석으로부터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 간 통화 내용을 확인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고 대신 미국이 중국에 대해 덜 강경한 어조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10일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으로 90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었으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였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고위급 대화와 실무 접촉에도 중국과의 대화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시 주석과의 직접 대화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직후 양측은 폭넓은 전략적 소통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정상간 대면 접촉 논의가 오갔는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쪽 소식통들은 코로나19 상황을 시 주석이 정상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은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본격 확산 이후 한 번도 중국을 떠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오는 16∼17일 타지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와 다음달 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부담이 더 결정적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인 독일마셜펀드의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시 주석은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 없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게 정치적으로 위험하며 낮은 수준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시 주석이 정상회담 제의를 거절한 것이 사실이라면 연내에 두 정상이 대면 만남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백악관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냐는 기자들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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