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바람 타고 치솟는 유럽 에너지 요금
[경향신문]
가스·전력 가격 연일 ‘최고’
스페인 “기업 이익 환수”
프랑스·그리스, 보조금 지원
유럽에서 에너지 요금이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가스·석유·석탄 등의 가격이 오른 데다 풍력 에너지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에너지 기업 이익 환수를 발표하는 등 유럽 각국에서 에너지 요금 충격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지역에서 가스·전력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특히 영국의 에너지 요금은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컨설턴트 기업인 콘월인사이트에 따르면 영국의 주간 전력 도매가격은 전날 메가와트시(MWh)당 540파운드(약 87만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지난달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고 전년 동기에 비하면 약 일곱 배에 달한다.
네덜란드, 스페인 등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가스·전력 가격 급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 들어 유럽의 에너지 비용이 평균 2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에너지 비용이 급등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북해에 부는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전체 전기 생산의 25%를 풍력발전에 의존해온 영국에서 특히 가장 가파르게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부족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천연가스,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이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에 부채질을 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랐다. 독일을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마다 비용을 징수하는 탄소배출권 제도를 시행 중이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말 사상 최초로 1t당 60유로를 돌파해 연초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
유럽의 독특한 전력가격 정책도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유럽 전력 시장에서는 생산비가 가장 높은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한다. 전력 생산비가 높은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전체 전력 시장에서 가격 상승이 일어나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이 크게 상승하자 유럽 각국이 해결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스페인 중앙정부는 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기업들이 과도하게 이익을 챙겼다고 보고 이익금을 환수하겠다는 계획을 이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향후 6개월간 6억5000만유로(약 8980억원)를 환수해 소비자들에게 환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에너지 기업들은 이익금 환수가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 등을 막아 결과적으로 기후변화 대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각 가구에 직접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그리스는 전기요금 보조금 지원을 위해 1억5000만유로의 기금을 마련할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탈리아는 이미 12억유로를 투입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Engie SA)의 분석 책임자 줄리앙 호라우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전력 수요가 더 늘기 때문에 유럽은 더 매서운 겨울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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