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 총재 선거전, 고노의 적은 아베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9. 15. 21:51 수정 2021. 9. 1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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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시바 등 고노 중심 ‘반아베’ 결집…1차 과반 획득이 관건
비주류 대 호소다파 대리전 양상, 기시다·다카에치와 3파전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사진)을 중심으로 비주류 파벌들이 뭉치고 있다. 반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속한 주류 호소다파는 ‘고노만 빼고’ 찍으라는 방침으로 맞서면서 이번 선거는 친아베와 반아베 파벌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됐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15일 이번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고 고노 개혁상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정치를 바꿔달라는 국민 목소리에 부응하려면 개혁세력이 양분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노 개혁상에 이어 2위를 달리던 이시바의 불출마로 이번 총재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과 다카에치 사나에 전 총무상, 고노 개혁상이 겨루는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13일 고노 개혁상을 만나 ‘선거에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수락했다. 차세대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전날 “누가 자민당과 일본을 바꿀 새 지도자인지 분명하다”면서 고노 개혁상에게 힘을 보탰다. 고노 개혁상은 이번 단일화를 통해 의원과 당원·당우 표가 절반씩 반영되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면 아베 전 총리가 속한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는 전날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나 다카에치 전 총무상 중 한 명을 찍으라는 방침을 세웠다. 표면적으로는 고노의 탈핵 노선에 반대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반아베 인사인 이시바와 고노의 연대가 못마땅하기 때문이라고 산케이신문이 분석했다. 아사히신문도 아베 전 총리가 최근 직접 사석에서 고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기시다와 다카이치는 호소다파의 표심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기시다는 지난 2일 아베 전 정권의 모리토모 학원 비리 의혹 재조사에 대해 “조사가 충분한지는 국민이 판단한다”고 말했다가 닷새 만에 “조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다카이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종교의 자유로 규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일본 중학교 교과서가 “굴욕적·자학적”이라고 했던 극우 인사다.

두 사람 중 대중적 지지도는 기시다가 더 높지만, 아베 전 총리가 지지하는 인물은 다카이치다. 다카이치는 전날 연 선거대책본부 발대식에서 자민당 의원 39명을 대동하며 세를 과시했다. 비서 대리 출석을 합치면 자민당 의원 71명이 발대식에 참석한 셈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최대 파벌 호소다파에 영향력을 가진 아베 전 총리가 킹메이커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건은 고노 개혁상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하는가다. 1차 투표에서 의원과 당원·당우 투표 비율이 똑같이 383표씩인 것과는 달리 2차 결선 투표에서는 당원·당우 투표만 47표로 줄어 의원 파벌 영향력이 커진다. 1·2위만 겨루는 2차 투표까지 가면 조직표가 많은 친아베 측이 해볼 만한 게임이 되는 것이다. 기시다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당내에는 개혁 성향이 강한 고노에 대한 불안감이 뿌리 깊어서 결선 투표로 가면 기시다에게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노 개혁상은 지론이던 탈핵 정책 수정을 시사하는 등 호소다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안전이 확인된 원전을 당장은 재가동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1년 만에 두 번째 총리 교체로 이어진 이번 선거는 아베·스가 정권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후보들이 지론을 봉인하고 아베와 극우파를 배려하고 있다”면서 “기시다와 고노마저 아베의 뜻을 받들어서는 자유로운 정책 논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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