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고, 차 마시고, 책 읽고.."제주항 '산지등대' 혼저옵서예"

글·사진 박미라 기자 2021. 9. 1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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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년째 제주 바다 밝힌 등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

[경향신문]

지난 13일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내려다본 산지등대. 제주시 사라봉 중턱에 위치한 산지등대와 일대에서는 제주항과 구도심, 제주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박미라 기자
‘무인화’로 방치된 관사 활용
카페·서점·전시장으로 개조
밤엔 고기잡이 배 불빛 장관
정원선 공연·전시 등 계획도

제주시 제주항 인근 사라봉 중턱에 우뚝 솟은 산지등대. 1916년 첫 불을 밝힌 이후 105년째 묵묵히 제주 북부 바다를 지켜온 산지등대가 지역민과 관광객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019년 10월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은 등대 무인화 흐름에 맞춰 산지등대를 유인시설에서 무인시설로 전환했다. 등대 무인화로 100여년 만에 산지등대에 상주하던 ‘등대지기’는 사라지게 됐고, 그들이 사용했던 관사 등의 시설도 사용처를 잃었다.

13일 제주시 제주항 인근 사라봉 중턱에 위치한 산지등대가 무인화되면서 유휴시설인 관사와 사무실, 정원 등이 새롭게 정비됐다. 오른쪽 건물은 카페와 서점으로, 왼쪽 건물은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박미라 기자

지역에서는 지역민과 관광객이 사랑하는 산책로이자 구도심의 관광자원인 산지등대 유휴공간을 폐쇄하기보다는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산지등대에 서면 ‘제주의 정문’인 제주항과 바다, 제주시 구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밤이 되면 칠흑 같은 바다를 수놓는 수백 척 고기잡이배들의 불빛 향연을 볼 수 있는 손꼽히는 야경 명소이기도 하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과 제주시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2020년 11월 산지등대의 유휴공간을 새로운 해양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산지등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올해 초부터 관사와 사무실 등 부속건물의 개조 공사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7일 전시와 공연, 문화행사 등을 위한 문화공간 카페물결을 개장했다.

개조한 두 동의 건물 중 한 동은 카페 겸 독립서점으로 운영되는데, 해양과 환경·생태, 제주 등을 주제로 한 각종 책을 전시·판매 중이다. 박미라 기자

지난 13일 찾은 카페물결은 모두 2개 동으로 이뤄졌다. 한 동은 차와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카페 겸 독립서점으로, 다른 한 동은 차를 마시는 공간이자 전시장으로 구성됐다.

카페는 일회용 컵과 빨대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카페로 운영 중이다. 테이크아웃을 위해서는 직접 컵을 가져오거나 컵을 임대한 후 나중에 반납해야 한다. 카페 내 독립서점의 주제는 해양, 환경, 생태, 제주 등으로 요약된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친환경 제품도 있다. 책은 주제에 따라 방별로 전시해 판매 중이다.

나머지 한 동은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꾸며졌다. 방별로 테이블과 의자를 여유 있게 배치해 차를 마시는 이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1950∼1980년대 제주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은 고 고영일 사진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탁 트인 제주 바다를 한눈에 즐길 수 있는 정원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카페물결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김교현씨는 “1~2개월 주기로 새로운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고,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하에 야외정원과 전시장 등을 활용한 각종 공연, 환경캠페인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김외솔 건입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은 “해양수산부와 5년간 계약해 운영 중”이라며 “카페 수익은 문화사업 기획에 투입된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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