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조차 못 내던 자영업자, 숨진 후 며칠 간 아무도 몰랐다

문지연 기자 2021. 9. 1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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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으로 생활고를 겪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 B(57)씨의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원주에서 유흥시설을 운영하던 50대가 숨진 지 며칠 만에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5일 강원 원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원주에서 4년여간 유흥시설을 운영해온 A(52)씨가 지난 13일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상태 등을 봤을 때 이미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것으로 보이며,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A씨는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코로나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 수개월 동안 임대료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원주시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유지 중이며, 유흥시설 영업시간은 밤 10시까지 제한돼 있다.

경찰은 A씨 지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지난 13일‘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자영업자들이 검은 리본 프로필과 함께 올린 추모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앞서 지난 7일 서울 마포에서도 23년간 맥줏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B(57)씨가 코로나 경제난에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샀다. 1999년 장사를 시작해 방송을 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으나, 방역당국의 영업제한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말부터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결국 B씨는 가게 월세와 직원 월급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숨지기 전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살고 있던 원룸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사연이 전해지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추모식이 벌어졌고 그의 가게 앞을 찾아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반 동안 자영업자들은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고, 하루 평균 100여 개 등 총 45만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며 “1년 반이 넘는 코로나 영업 제한으로 이제는 버티다 못한 소상공인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비대위는 숨진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에 영업제한조치 철폐를 촉구하는 합동 분향소를 서울에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15일 “현 상황은 정책적 문제를 떠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는 상황”이라며 “자영업자들의 외침이 도와달라는 요구가 아닌 살려달라는 생존 요청으로 바뀌었음을 정부와 방영당국은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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