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기를 크레바스라고 불러요, 목숨 내놓고 다니죠"
[경향신문]
“저희는 여기를 크레바스(빙하나 눈 골짜기에 형성된 깊은 균열)라고 불러요. 특히 곡선 역은 목숨 내놓고 다니는 곳이에요.”
전윤선 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서울 지하철 곳곳의 간격이 넓은 위험한 승강장을 ‘크레바스’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오후 2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앞에서 전 대표를 만나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지하철 승하차 전 역사에 전화해 이동식 안전발판 설치를 요청하는 서비스)’, ‘원스톱 케어 서비스(교통약자가 역에 하차해 역사를 빠져나갈 때까지 전담인력이 동행하는 서비스)’, ‘또타지하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스마트폰 앱으로 휠체어 승하차가 가능한 승강장 위치 안내)’를 이용하는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공사)가 교통약자들의 편안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승강장 간격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는 장애인들의 문제 제기에 ‘할 만큼 하고 있다’는 공사의 반박 수단이기도 하다.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13분에 2호선 시청역 내선 4-4 승강장 앞에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 전화를 걸어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를 요청했다. 또타지하철 앱에서 을지로입구역 번호를 확인해 전화하고 시청역 출발, 4-4 승차 사실을 알렸다.
열차는 오후 2시22분에 을지로입구역에 도착했다. 4-4 승강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해당 승강장의 연단간격은 9.5㎝였다. 속도를 내면 내릴 수 있는 간격이지만, 차량과 승강장의 높이 차이가 커 주저하는 사이 지하철 문이 닫혔다. 전 대표는 “이런 경험이 쌓이면 마음을 접게 된다”고 말했다. 2시30분 3호선 종로3가역에서 경복궁역에 전화를 걸어 이동식 안전발판을 요청했고 2시34분 경복궁역에 도착했다. 다른 승객들이 내리고, 역무원 2명이 반으로 접힌 안전발판을 펴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펼쳤다. 지하철-승강장 높이가 달라 휠체어가 안전발판을 밟을 때 널뛰기처럼 발판이 튀어올랐다. 승객이 내리고, 발판을 펴고, 휠체어가 내리고, 발판을 접고, 다른 승객들이 타는 과정이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히는 20~30초간 작전처럼 진행됐다.
2시45분 3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5호선으로 이동했다. 교통약자용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한 후 역무원에게 안전발판 서비스를 요청했다. 그는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승강장이 있다”고 답한 후 자리를 떴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동식 안전발판·원스톱 케어 서비스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이 지난 6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장애인 160명 중 62명(38.8%)이 교통약자 이동도우미 서비스에 ‘불만족(매우 불만족+불만족)’이라고 답했다. ‘만족(매우 만족+만족)’ 응답은 32명(20%)이었다.
‘또타지하철’이 제공하는 ‘간격 좁은 승강장’ 220곳 정보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중 80% 이상(181곳)이 휠체어 전용칸이 아니었다. 휠체어 전용칸 승강장도 안전하지 않다. 휠체어 전용칸 승강장 2190곳(1~8호선) 중 390곳(17.8%)의 연단간격이 10㎝보다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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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국·이수민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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