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홍 부총리의 고용지표 읽기
[경향신문]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1만8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가 늘고 고용률은 상승했으니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보도자료는 취업자와 실업자를 연령과 산업, 취업시간대, 종사상 지위 등으로 분류하고 구직단념, 활동상태 등에 관한 통계 등도 제시한다. 몇몇 지표만으로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우니 다양한 통계와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항목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통계에 대해서도 시각에 따라 상반된 견해를 내놓는 이유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통계청 발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용동향에 관한 글을 올렸다.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고점의 99.6%로 방역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대면 서비스업 고용 감소가 크게 둔화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 감소폭도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비대면·디지털 전환 관련 분야가 크게 늘었으며, 15~29세 청년층 지표 회복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통계 수치가 개선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1년 전 상황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더구나 일자리 질은 뒷걸음질했다고 보는 게 맞다. 우선 부가가치 효과가 큰 제조업 취업자는 7만6000명 줄었다. 수출이 느는 상황에서 나온 통계라 더욱 우려스럽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크게 늘어나는 사이 한창 일해야 할 30대는 감소했다.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세 속에서 홀로 버티는 자영업자는 늘었다. 일용직 일자리는 사라지는데, 주 17시간 미만인 시간제 아르바이트는 늘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홍 부총리가 고용동향을 과도하게 긍정 평가한 것이 못내 우려스럽다. 일반 시민들과 너무나 괴리된 시각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 보고 판단하는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통계는 사실을 반영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을 따져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최근 서울 마포의 맥줏집 사장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고용 통계 이면의 현실을 보여준다. 영업이 부진해 종업원을 내보내고 혼자 장사하다 상황이 계속 악화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사흘간 제보를 받은 결과,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20명에 이른다고 했다. 경제 당국이 통계의 겉모습에 취할 때가 아니다. 정책은 잘사는 이들을 더 잘살게 하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민을 구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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