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김정현 [최재용의 내 인생의 책 ④]

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 2021. 9. 15. 20: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시간

[경향신문]

“아침이면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가수 자이언티가 부른 ‘양화대교’의 노랫말인데, 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린 것 같아 귀여우면서도 헛웃음이 난다. 아버지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노랫말처럼 퇴근할 때 소소한 간식을 챙겨오는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좀처럼 보기 힘든 아버지가 가장 먼저 떠올라서 쓴웃음이 지어진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직장에 모든 시간을 바쳤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 시간을 가족이 아닌 다른 곳에 쓴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정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주인공인 한정수도 우리네 아버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업무에 치여 자정이 되어서야 회사를 나올 수 있고,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가족들을 걱정하며 홀로 고통을 삼키는 아버지. 그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남은 시간을 쓰게 되는데, 늦게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다.넘쳐나는 사람들 속에서 고독이라는 빈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가 눈을 감기 전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는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메마른 세상에서 사람 냄새가 그리웠음을, 그리고 가족들도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소설은 어찌 보면 진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람 냄새가 귀해지고 생활 무대가 가정으로 돌아온 지금,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아버지의 시간, 그리고 그 아버지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시간은 이제 서로에게 쓰여져야 한다고. “아버지는 아버지란 이름 하나만으로도 존경받을 만하다.” 작가가 첫 페이지에 쓴 글귀처럼 그 무거운 이름값으로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들에게 말하고 싶다.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최재용 인사혁신처 차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