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지구 시원으로 떠나는 여행

이규화 2021. 9. 1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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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의 기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들어서다.

역사학자, 문헌학자, 연대학자들 사이에서 지구 기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헌학자가 지구 기원을 찾겠다고 나선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튼은 지질학적 현상은 과거나 현재나 동일한 원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동일과정설을 제기해 지구과학 연구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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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깊은 역사 , 마틴 러드윅 지음/김준수 옮김/동아시아 펴냄

인류가 지구의 기원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들어서다. 역사학자, 문헌학자, 연대학자들 사이에서 지구 기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문헌학자들까지 나섰다니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하기야 기독교 성경을 바탕으로 지구 역사를 추정하면 4000년에 불과하고 그때까지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문헌학자가 지구 기원을 찾겠다고 나선 것이 무리는 아니었다.

책은 지구의 시간을 밝히려는 사람들과 그들의 작업에 관한 이야기다. 이전에 없던 분야의 과학이 탄생하고 발전하며 성숙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다양한 이론이 경합하며 문제를 해결해내는 과정을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며 펼쳐 보인다. 독자들은 지구과학이 어떻게 전개되고 성립되었는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종교와 과학이 충돌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는 주장이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널리 받아들여지는 관점은, 반이성적이고 반계몽적인 종교의 도그마들을 과학이라는 합리적인 활동이 대체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과학과 종교, 이성과 교회가 대립했다는 딱지를 붙이는 데 주의해야 한다. 진짜 역사는 그렇게 추상적이지도, 깔끔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7세기까지 지구 나이가 4000년이라고 믿은 것은 그 때까지 인류가 축적한 모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튼은 지질학적 현상은 과거나 현재나 동일한 원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는 동일과정설을 제기해 지구과학 연구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이는 아일랜드의 대주교 제임스 어셔가 연대기적으로 지구 기원을 추적한 방식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어셔는 인간의 역사에서처럼 지구에서 일어난 사건에도 역사적인 순서를 부여하려고 했다. 후대 과학자들은 이런 방식을 차용해 지층의 순서를 따져가며 지구에 역사성을 부여했다.

과학은 과학이 아닌 것으로부터 끊임없이 영향을 받아 형성돼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학사보다는 지성사라는 범주에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 과학에 관심이 적은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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