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한반도 안정적 관리 중요..북 미사일 남북관계 도움 안돼"(종합2보)
왕이, 간담회서 "미국이 레드라인 넘어"..문대통령 예방 일정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동현 기자 = 한국과 중국이 15일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대해 공감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조속한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협력방안을 협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특히 양측은 코로나19 방역 여건 등 북한 주민의 수요에 유의하면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가능한 대북 관여를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마중물로 인도적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중국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양 장관은 또 북한의 이날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러한 군사적 조치는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왕 부장은 특히 "일방의 군사적 조치가 한반도 상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국이 자제할 것을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북한은 물론 한국과 미국 등도 긴장 고조로 이어질 수 있는 군사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회담 뒤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최근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가 지난달 연합훈련을 진행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또 게임과 영화, 방송, K팝과 같은 문화콘텐츠 분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왕 부장은 우리측 관심사를 잘 알고 있다며 계속 소통해나가자고 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중국의 최근 연예계 정화 운동이 한중 문화교류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양 장관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방한을 추진한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했다.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찬 말미에 아주 짤막하게 중국측 입장을 설명하는 선에서 논의가 있었다"면서 대만 문제 등 개별 사안은 사실상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왕 부장은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으로 기울었다는 평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의회가 최근 자국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을 가입시킬지를 검토하고 나선 데 대한 질문에는 "(파이브 아이즈는) 완전히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며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판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4월 정 장관의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방문 이후 5개월 만이며, 왕 부장의 방한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왕 부장은 회담 뒤 문재인 대통령도 예방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며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왕 부장도 "베이징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문대통령을 초청하는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오후에는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공존, 협력 의지는 분명히 있지만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어섰기에 묵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이 대북제재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한다"며 사실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고 이 참석자는 덧붙였다.
왕 부장은 간담회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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