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조차도 읽지 않는 희곡집 계속 펴내는 이유는요"

김경애 2021. 9. 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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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은 공연을 위한 대본이다. 문학인도 읽지 않는 장르다. 희곡집은 팔리지 않는다. 도서관 서가에서도 찾기 힘들다. (희곡)작가가 200~300권 사는 것이 관례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에서도 희곡집 선정은 배제하거나 극소수다."

"공연을 위한 대본인 희곡은 우리나라에서는 저평가 받고 있지만 서양의 고전은 대부분 희곡 형식으로 쓴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학인조차도 희곡을 읽지 않은 채 공연을 보는 현실이 아쉽다. 희곡 장르를 무시하는 경향으로 인해서 시·소설과 달리,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희곡은 홀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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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전주 최명희문학관 최기우 관장
전주 한옥마을의 최명희문학관장인 최기우 작가가 지난 10일 희곡집을 펴내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희곡은 공연을 위한 대본이다. 문학인도 읽지 않는 장르다. 희곡집은 팔리지 않는다. 도서관 서가에서도 찾기 힘들다. (희곡)작가가 200~300권 사는 것이 관례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위원회·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에서도 희곡집 선정은 배제하거나 극소수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최명희문학관 최기우(48) 관장이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의 일부다. 그는 <상봉>(2008년), <춘향꽃이 피었습니다>(2009년)에 이어 최근 세번째 희곡집 <은행나무꽃>을 냈다.

지난 10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최 관장을 만나, 희곡집을 내면서 이처럼 자조적인 글을 쓴 이유를 들어봤다.

고교때 동아리 들면서 연극판 인연
2001년부터 100여편 쓴 희곡작가
최근 세번째 작품집 ‘은행나무꽃’
새달 네번째 ‘달릉개’도 펴낼 예정

제작·연출·출연배우 등 정확하게
“문학사·연극사 기록해 남기고자”

“공연을 위한 대본인 희곡은 우리나라에서는 저평가 받고 있지만 서양의 고전은 대부분 희곡 형식으로 쓴 것이다. 국내에서는 문학인조차도 희곡을 읽지 않은 채 공연을 보는 현실이 아쉽다. 희곡 장르를 무시하는 경향으로 인해서 시·소설과 달리, 정부 지원사업에서도 희곡은 홀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희곡집을 계속 펴내는 건 어떤 사명감 때문이리라. 그는 “희곡집 발간은 문학사와 연극사를 기억하고 되새기기 위한 작업이다. 기록의 의미로 책을 엮었다”며 “전북 지역에서는 연극 공연을 많이 하는데 제대로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사례가 많다. 작품을 만들었던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배우들조차도 자신이 공연한 작품의 대본을 보관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북 연극계의 어른이 살아계실 때 기록을 남기지 않아 다른 분이 정리해준 적이 있었는데, 작가 의도와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르게 기록해 후세에 전하는 것이 희곡작가의 몫이라고 본다. 전북의 문화·역사를 알기 위해 자료 찾기를 통해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희곡에 담긴 내용이 또다른 문화역사이다. 역사를 쓰는 마음으로 기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록을 위한 작업이기에 그의 희곡집에는 제작·연출·출연배우 이름이 빠지지 않고 담긴다. 희곡은 혼자 쓸지언정, 무대에 오른 연극은 연출·배우·관객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세번째 희곡집에는 전주시립극단과 함께 한 <누룩꽃 피는 날>(2010), 극단 까치동과 호흡을 맞춘 <교동스캔들>(2013), <은행나무꽃>(2014), <수상한 편의점>(2015), <조선의 여자>(2020) 등 자신이 써서 무대에 올랐던 작품의 희곡 5편을 담았다.

이 가운데 표제작은 <은행나무꽃>이다. “이 작품으로 2014년 전국연극제에서 희곡상·작품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또 600년이나 된 은행나무가 전주 한옥마을에 있고, 은행나무 관련 작품이 4개나 되는 등 친근하고 사연이 많다. 고려 말~조선 초가 시대적 배경인데, 바뀐 나라에서 백성을 생각하는 주인공의 신분제 극복과 만민평등사상에 마음이 갔다.”

최 관장은 고교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지역에서 올려진 공연은 빼놓지 않고 봐왔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에도, 대학시절 미팅 때도 연극 관람을 했다. 2001년 아는 후배의 부탁으로 시작해 20년 동안 희곡 100여편을 남겼다. 다음달에는 4번째 희곡집 <달릉개>(전주소리꾼의 이름)를 낼 계획이다.

전주 출신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전북일보사, 전북작가회의 등을 거친 그는 청년시절 몸담았던 최명희문학관에서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2019년부터 관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공연 복’이 많아서 쓰는 작품마다 모두를 무대에 올릴 수 있었죠. 앞으로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위한 희곡도 쓰고 싶어요. 그들이 볼만한 작품이 많지 않으니까요. 특히 요즘처럼 취직하기가 어렵고 힘든 청년들을 위해 그들의 고민을 담고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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