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탓에 집값 하락?..부동산 과열 속 곳곳 갈등

최위지 2021. 9. 1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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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앵커]

부산지역 일부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공인중개사가 거래량을 늘리려 싼값에 집을 내놓는 이른바 '가두리 영업'을 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개사 탓에 집값이 내려간다며 아파트 곳곳에 현수막까지 내걸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요,

어찌 된 일인지, 최위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현수막들이 내걸렸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정한다.'는 문구와 함께 주변 아파트 시세가 적혀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에는 '부동산이 후려친 집값?'이라는 문구도 걸렸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음성변조 : "'왜 이런 현수막까지 붙지?' 하면서 좀 의아했었어요."]

아파트 입주민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습니다.

'가두리 근절' 캠페인을 벌이자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중개 업소가 거래량을 늘리려 허위 매물을 내놓거나, 일정 가격 이하로 값싸게 거래하는 이른바 '가두리 영업'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우리(중개사) 때문에 집값이 안 올라갔다 이거지. 이제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어떻게…."]

중개사들은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일부 입주민들 탓에 매수하려는 고객과 자신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재천/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해운대지회장 : "급하니까 싸게라도 낸단 말이에요. 그러면 거기에서 문자 폭탄을 날립니다. 싸게 냈다고 이거 허위 매물이다. 주민들이 백 명 2백 명이 한 사람한테, 중개사에 해버리면 업무 못 해요."]

공인중개사법에는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 업무를 방해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매긴다고 돼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위법 행위로 피해를 겪은 경우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 행위 신고센터로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최위지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부동산 시장이 과열돼 중개업소와 집주인 간의 갈등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는데요.

사회팀 최위지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 기자, 입주민들이 아파트 단지에 내 건 현수막,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기자]

현수막을 처음 보시는 분들은 이게 무슨 말인가 이해하기 어려우실텐데요.

허위 매물을 내놓거나 일정 가격 이하로 값싸게 집을 거래하는 이른바 '가두리 영업'을 하는 중개 업소를 이용하지 말자는 겁니다.

또 내 집 가치, 내 집 값을 스스로 정하자는 문구도 자주 등장합니다.

[앵커]

현수막의 글만으로는 입주민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뭔지 단정하기는 좀 힘든데요, 속뜻은 뭔가요?

[기자]

네, 저도 속내가 궁금했는데요,

요즘 아파트들은 입주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단체 대화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현수막을 붙인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 들어가봤습니다.

입주민들은 중개 업소가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미끼로 값싼 허위 매물을 내놓는데, 이게 집값을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을 압박해 일정 가격 이상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가두리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며 이런 중개 업소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대화도 오가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취재진은 아파트 주변 부동산을 여러 군데 돌아봤는데요.

공인중개사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주민들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집값은 위치나 조망, 연식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결정되는데, 주변 아파트 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고 그걸 부동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중개사들은 조금만 가격이 낮은 매물이 올라와도 허위 매물로 신고를 하거나 항의성 연락을 받는다며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중개 업소의 입장은 입주민들이 아니라 오히려 공인중개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거네요.

[기자]

네, 이런 현상은 부산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해운대 지역에서 두드러지는데요.

실제로 해운대의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수십 명의 입주민들로부터 종종 '폭탄 문자'를 받는다고 합니다.

집주인이 급하게 집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시세보다 싸게 책정했는데, 해당 매물을 본 입주민들이 허위 매물을 거둬들이라며 중개사에게 문자를 보내는 거죠.

공인중개사들은 허위 매물이 아닌데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신고를 하거나 폭탄 문자를 보내는 일이 자주 벌어져 법적 대응까지 검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입주민들과 갈등을 키우면 같은 자리에서 계속 중개 업소를 운영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속으로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집 주인들과 중개 업소 양 측이 다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처벌 규정은 어떻게 마련돼 있나요?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했는데요.

법 개정으로 일반인들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나 채팅방에서 특정 공인중개사의 중개 의뢰를 제한하거나 중개 의뢰를 유도하는 행위,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게 유도하는 행위 모두 불법입니다.

또 앞선 사례처럼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안내문이나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도 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허위 매물로 피해를 호소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어 공인중개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는데요.

인터넷 포털 등에 허위 매물을 올릴 경우 5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최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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