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스타 법정에 세운 中 '미투운동의 상징', 성추행 소송서 패소
인턴이었던 피해자, SNS 폭로
법원 "증거 불충분" 청구 기각
“성추행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에 제출한 증거가 불충분하다. 따라서 성추행 소송 청구를 기각한다” (9월 14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 구 인민법원 판결)
■"2014년 그 날, CCTV 간판 진행자에게…"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중국 관영 CCTV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저우는 분장실에서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CCTV의 간판 진행자인 주쥔(朱軍)입니다. 주쥔은 중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데요. 매년 설 전날 중국인들이 '본방 사수'한다는 프로그램 '춘제완후이'를 20년 가까이 진행했습니다. 공산당 최고 자문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의 위원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저우는 성추행이 있었다는 날로부터 이틀 뒤,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2018년 중국 대학에서 교수들의 성폭력을 둘러싼 미투 운동이 시작될 무렵, 저우는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3000자나 되는 긴 글을 올리고 주쥔의 성추행을 폭로했습니다. 이후 소셜미디어엔 권력층 성추행에 대한 제보가 수천 건 올라왔습니다. 미국에서 '미투'가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에게서 촉발됐다면, 중국에선 저우 사건이 '미투'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볼 수 있겠지요.
■중국선 검색도 어려운 '미투'…맞고소 당한 저우
저우는 '절차적 정의'를 외치고 있습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한 법원이 정작 증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건 당시 탈의실 밖에서 촬영된 영상과 직후 경찰에 낸 진술서 등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우는 성추행 소송을 제기하면서 5만 위안(우리 돈 900만 원)과 공개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패소한 지금, 그녀는 65만 위안(우리 돈 약 1억1200만 원)짜리 소송의 피고인이기도 합니다. 주쥔은 2018년 저우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우의 소식을 중국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중국 포털사이트에 직접 저우의 이름을 검색해 봤습니다. 패소했다는 판결 소식이 간간이 보일 뿐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취재기자 3명이 동일하게 “그녀의 주장과 소송을 다루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끝까지 싸워달라"…패소해도 살아있는 기억
저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패소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전례가 없던 용기였고, 끝까지 싸워주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21살 때 사건이 일어났고, 지금 저는 28살입니다. 수년 간 이 사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법정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지시간 14일, 가디언 인터뷰)
저우의 다음 재판이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나 분명한 건 그녀가 아직도 힘든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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