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중외교회담·南 SLBM 시험날 탄도탄..국방강화 '마이웨이'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의 1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공교롭게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과 남측의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겹쳐 진행됐다.
북한이 이런 일정들을 의식하고 탄도미사일 발사계획을 잡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반도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남측의 신무기 개발에 맞서 국방력 강화 의지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절묘한 '택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낮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을 공개한 지 이틀 만에 이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의 오찬 직전에 이뤄졌다.
중국이 지난 13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관련국들의 자제와 대화를 촉구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그것도 왕이 부장이 방한한 와중에 탄도미사일을 보란 듯이 발사했다.
이로 인해 대화 재개 노력을 강조한 왕이 부장은 물론 이날 오전 왕 부장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중국의 지지를 촉구한 문재인 대통령까지 머쓱한 상황이 됐다.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의 난처한 입장조차 개의치 않고 무력 시위를 벌이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반도 문제는 대화든 대결이든, 평화든 긴장이든 한국, 미국, 중국이 아니라 북한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이 SLBM 시험 발사 성공과 초음속 순항미사일 및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 등 북측에 상당한 위협이 될만한 소식이 전해진 날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도 의미심장하다.
남측의 SLBM 시험발사가 15일로 예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북한이 이에 맞춰 맞대응 차원에서 탄도미사일을 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종전부터 대외선전매체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한미연합훈련과 남한군의 국방력 증강에 불만을 드러내 왔으며, 특히 남측의 군비 증강에 예민한 반응을 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런 대외적 요인을 고려했을 수는 있지만 미사일 시험발사 등 일련의 군사행동은 국방력 강화 내부 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북 제재 완화 등 북한이 원하는 적대 정책 폐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벌써 9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당장의 북미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원래 준비해왔던 국방력 강화 계획을 달리 미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미 올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사거리 1만5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명중률을 높이라고 주문했고, 핵 추진 잠수함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공식 인정했다. 또 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핵무기 소형경량화 발전 등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때 밝힌 국방력 강화 계획에 맞춰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의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이 최근 영변 핵시설 내 5㎿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공장을 재가동하는 징후를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예민하게 반응할 핵 시설 재가동 문제를 꺼내면서 북미관계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되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에 참석했다면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과 차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부족한 성과를 군사 분야에서 채우려는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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