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유발 '아이템 위너'·소상공인 위협하는 'B마트' 손대나

백주원·이완기 기자 입력 2021. 9. 15. 18:17 수정 2021. 9. 15.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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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發 상생' 플랫폼 전반 확산]
기금 마련·중개 수수료 인하
근본적 상생 대책으론 한계
시스템 자체 개편 추진할듯
쿠팡 주·월 단위 '늦은 정산'
배민 라이더 안전 개선도 주목
[서울경제]

카카오발 상생이 플랫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 기업이 고속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했던 핵심 시스템에도 손을 댈지 관심이 모아진다. 단순히 상생 기금을 마련하고 판매·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차원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중소상공인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5일 중소상공인들은 “단순히 상생 기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는 진정한 상생을 했다고 보기에 한계가 있다”며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모든 서비스에 내재화하고 시스템 자체를 개편하는 차원이 돼야 ‘상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지난 2월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생 협약을 맺으며 3,720억 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덕평 물류센터 화재 등과 관련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도 쿠팡이 상생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못한 이유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진정한 상생을 하려면 ‘아이템 위너’ 같은 시스템을 최우선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아이템 위너는 가격 경쟁력, 배송 만족도, 리뷰 등 각종 지표들을 토대로 여러 판매자들의 상품 중 하나의 상품만 노출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판매자 A와 B가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A의 판매 가격이 B보다 낮다면 A의 상품만 소비자에게 보여진다. 이럴 경우 판매자 A의 상품은 많이 팔리지만 B의 판매량은 0에 수렴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템 위너가 하나의 대표 상품만 보여줘 소비자들에게는 편리할지 몰라도 판매자 사이에서 과도한 경쟁을 초래했다”며 “이는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하고 상생을 저해하는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아이템 위너는 광고비 중심의 출혈경쟁을 막고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라며 “일부 어뷰징으로 기존 셀러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모니터링 강화와 24시간 신고 센터 운영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타 플랫폼 대비 늦은 정산 시스템도 쿠팡의 대표 문제로 지적된다. 쿠팡은 일별이 아닌 주나 월 단위로 판매 대금을 정산해주고 있는데 정산 주기가 최대 60일에 달한다. 네이버가 ‘배송 완료 다음 날’에서 ‘집화 완료 다음 날’로 빠른 정산 기준 시점을 더욱 앞당기는 것과 상반된다. 쿠팡도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선정산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이는 사실상 3~4%대의 이자를 내야 하는 대출 상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으면 판매자들과 상생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과도한 사업 확장도 논란이다. 쿠팡은 최근 식료품·생필품 즉시 배송 서비스인 ‘쿠팡이츠마트’,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서비스인 ‘쿠팡비즈’ 등을 잇달아 시작했다. 이 서비스들은 그동안 중소상공인들이 해오던 사업 분야다. 쿠팡 시장 침탈 저지를 위한 전국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는 “MRO 분야는 대기업과 상생 협약을 맺은 바 있다”며 “쿠팡이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상생 협약으로 지정된 업종에까지 진출하며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음식 배달 업계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도 추가 상생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배민은 기존에 펼쳐온 여러 상생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입점 업체나 배달 라이더들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광고비나 배달 수수료는 여전히 입점 업체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또 매출에 영향이 큰 별점이나 리뷰 제도로 업체들이 피해를 많이 본다는 비판에 최근 권리 보호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료품·생필품 즉시 배송 서비스인 ‘B마트’도 편의점 등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문제로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소폭 인하를 상생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배달 산업 전반적으로 상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달 라이더들과의 상생도 중요 과제다. 배달 라이더들은 건당 수수료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볼 뿐만 아니라 빠른 배달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안전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라이더들의 불만이 큰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 배차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야놀자 등 숙박 플랫폼 업체들도 광고료 책정 방식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숙박업자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서도 가맹 점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검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 숙박 플랫폼 업체들은 점주들의 키오스크 구매비와 방역 체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최근 플랫폼과 지역 사업자 간 상생이 화두인 만큼 추가 지원 방안을 더 찾아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들이 추가적 대책을 내놓아도 갈등 국면을 일단락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많다. 광고료 인하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현재 숙박업자들은 야놀자·여기어때 등 플랫폼 업체에 수수료 및 광고비 등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특히 비싼 광고료를 지불해야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노출이 잘되는 현 구조는 과도하다는 게 업자들의 지적이다.

백주원·이완기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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