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질세라'..남북 미사일 경쟁으로 뜨거워지는 한반도
군도 SLBM 등 이례적 공개하며 '맞불'..대화교착 속 '안보 딜레마' 지적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측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잇달아 실시하는 가운데 남측도 이에 질세라 위력을 키운 신형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북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15일 오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잠수함 발사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SLBM은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운용할 수 있어 전략적 가치가 높은 전력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로, 한국이 세계 7번째 SLBM 운용국이 됐다.
한국의 SLBM 개발 사실은 북한을 포함해 '세계 8번째'로 그간 언론에 소개됐지만, 북한은 아직 잠수함에서 직접 SLBM을 시험 발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이날 보도자료에서 7번째 개발국이 강조된 것은 북한보다 먼저 SLBM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한 것으로도 읽힌다.
이날 행사에서는 SLBM 외에도 초음속 순항미사일,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고중량·고위력 탄도미사일 등 이미 개발에 성공했거나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신형 미사일도 이례적으로 공개됐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향한 남측의 '무력 과시'인 셈이다.
사실 군의 미사일 기술 '고도화'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현무-2' 계열의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현무-3' 지대지 순항미사일 전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5월 최대 사거리를 800㎞ 이내로 제한해 한국군의 미사일 개발에 있어 '족쇄'로 여겨졌던 한미 미사일지침이 해제되면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길이 열리는 등 탄력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파괴력이 증대된 지대지·함대지 등 다양한 미사일을 지속해서 전력화하겠다"면서 "더 멀리, 강하게, 정밀하게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해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 한반도 안보와 평화 확보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라 기존 지상표적 위주 타격에서 갱도 및 건물 파괴가 가능하고, 오차 면적을 테니스장 크기에서 건물 출입구 정도로 줄여 정밀도가 향상된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남쪽에 훨씬 뒤처진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군사적 비대칭 상황을 전략무기 개발을 통해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액체연료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병행해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는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보다도 굵고 길어진 초대형 탄도미사일을 선보였다.
이어 올해 1월에는 길이와 직경이 늘어난 SLBM '북극성-5ㅅ(시옷)' 등을 공개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자연재해, 경제난 등으로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에도 무기 개발에는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13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남측이 SLBM 잠수함 시험 발사 행사를 하기 약 1시간여 전인 이날 오후 12시 34, 39분께에는 8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연이어 발사했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최근 개량 중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알려졌는데, 마찬가지로 개발 단계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최강의 국방력'을 구축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최우선 기조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으로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을 주요 성과로 언급하는 한편 수중·지상 발사 고체연료 ICBM 개발과 극초음속 비행탄두 개발, 다탄두 탑재기술 개발 등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은 남측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남북 간 미사일 경쟁이 심화하는 양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남북·북미 대화 교착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안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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