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끝났다..내년 자산거품 꺼진다"
한중일 대표 경제학자 3인 "투자 전략 재점검해야"
앨리슨 "최악의 美·中긴장, 세계경제에 숨은 뇌관"
◆ 세계지식포럼 / 2022 경제전망 ◆
세 사람은 각각 한·중·일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다. 조 교수는 지난해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하며 통화정책 큰 그림을 그렸고 린이푸 교수는 2008~2012년 세계은행(WB) 수석부총재를 지냈다. 사와다 교수는 지난달까지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거시경제 전망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자본시장 전문가 견해도 다르지 않다. 이날 '2022 글로벌 투자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 데이비드 켈리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 최고글로벌전략가는 각국 포퓰리즘 정책으로 자산시장 거품이 확대되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지금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지나치게 빠른 주가 상승세와 실제 기업 성장률 사이 괴리를 맞추기 위해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물가 상승률이 2% 이상 유지된다면 연방준비제도는 내년 12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테이퍼링은 오는 12월 정도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켈리와 대담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한국에서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국민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80%로 편중돼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 간 유례없는 긴장 관계는 세계 경제의 숨은 뇌관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국제 정세: G2 갈등과 해법' 세션에서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토론하며 최악의 미·중 패권 라이벌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의 긴장 관계에서는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며 "특히 대만 독립 이슈는 양국을 전쟁으로 몰고갈 수도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자칭궈 교수는 "미·중이 냉철하게 상호 관계를 바라보며 실용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재철 기자 / 김정환 기자 / 박창영 기자]
日도쿄대 사와다 야스유키
"코로나가 亞디지털화 앞당겨"
韓KDI대학원 조동철
"물가상승 위험한 상황 아니다"
中베이징대 린이푸
"美, 중국 압박 완화할 수밖에"
사와다 야스유키 일본 도쿄대 교수는 15일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글로벌 경제 전망 2022: 최고 이코노미스트 열전' 세션에서 "아시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급속한 경제 디지털화가 진행됐는데 팬데믹 국면으로 재택근무, 전자상거래 등 속도가 더 빨라졌다"며 "앞으로 아시아 경제가 회복이 더 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요인은 디지털 경제"라고 말했다.
아시아가 디지털 경제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 온라인 상거래 규모 등이 미국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진단이다.
사와다 교수는 "2025년까지 디지털 경제로 인해 전 세계 생산성이 4조300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서는 1조7000억달러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올 전망"이라며 "2022년 경제에서 아시아의 디지털 경제 성장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팬데믹 사태 이후에는 지금까지 기술 혁신이 진행됐던 비대면 언택트 산업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만 디지털 경제 전환에 따라 전통 산업 타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린이푸 중국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교수)은 "소비가 비슷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로 더 많이 소비한다면 대면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으로는 소비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거시경제를 놓고 보면 저금리 유동성 환경에 급격히 증가한 자산시장 열기가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린이푸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전 다우지수가 1만 선이었을 때도 너무 고점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는데 지금은 3만4000선까지 올랐다"며 "미국 주식 등 자산시장이 상당히 고조됐다"고 부정적 전망을 피력했다. 자산가격 급등은 한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7년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명목 국내총생산)의 7.8배였던 국민순자산은 지난해 9.2배까지 크게 뛰어올랐다. 단기간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린이푸 교수는 "높은 자산가격이 유지됐던 것은 결국 낮은 금리 때문"이라며 "미국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이후 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분명히 자산 가격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구루들은 올해 급등세가 두드러졌던 물가에 대해 최근 압박이 강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를 내놨다.
조 교수는 "미국 등 물가 상황이 팬데믹 이전보다는 높게 나오겠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며 오히려 성공적인 통화정책의 결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 "팬데믹 사태 이전에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고 환기했다. 조 교수는 비슷한 이유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물가 급등이 겹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작다고 일축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악화 일로를 걸었던 미·중 통상 분쟁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봤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 국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린이푸 교수는 "중국 수입을 더 줄이면 팬데믹 국면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미국이 강력한 대(對)중국 제재 조치를 어느 정도는 완화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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