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에 '올인' 정부..비아파트 규제 완화 공급 늘릴까, 역풍 부를까

김지섭 2021. 9. 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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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형 생활주택 면적 50→60㎡ 확대
오피스텔 전용 120㎡ 바닥 난방 허용
도심 자투리 땅에 빠른 공급 긍정 평가
투기 수요 유입과 난개발 우려도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15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뉴스1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건 정부가 아파트, 비아파트 가릴 것 없이 건축규제를 푼다. 아파트의 대체 주거 상품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상한 전용면적을 기존 50㎡에서 60㎡로 늘리고, 주거용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 허용 기준을 전용 85㎡에서 120㎡ 초과까지 확대한다.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 환경을 갖춘 물량을 단기에 공급해 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아닌 데다가, 청약 통장이 없어도 되는 등 진입 장벽이 낮아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 난개발이나 정주 여건 악화도 우려된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제2차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노형욱 국토부 장관에게 주택 공급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전달하자 내놓은 후속 조치다.


면적 늘리는 도시형 생활주택...과밀화로 정주 여건 악화될 수도

면적이 좁아 선호도가 낮았던 도시형 생활주택은 2, 3인 가구도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로 넓어진다. 이를 위해 '원룸형 유형'이 '소형'으로 개편되고, 허용 면적 상한 기준은 전용 50㎡ 이하에서 60㎡ 이하(가족형 평형)로 확대된다. 공간 구성은 전용 30㎡ 이상인 경우 침실 1개와 거실 1개 등 '투룸' 구조만 가능했지만 최대 4개(방 3개+거실 1개)까지 완화된다. 국토부는 이번 건축규제 개선에 따라 수요자가 원하는 물량이 시장에 충분히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인허가 물량은 2016년 7만7,968가구에서 지난해 3만5,437가구로 반토막 났다.

다만 가구당 0.6대로 주차장 기준이 아파트보다 느슨한 곳에서 난개발로 인구가 과밀화될 경우 정주 여건이 나빠질 우려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족형 평형이 구성되면 물론 좋겠지만 주차 문제 등이 부각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경직적인 건축규제로 공급이 부족하고, 인허가도 줄어 규제를 완화해도 난개발 수준까지는 안 될 것"이라며 "공간구성 완화는 기반시설 과부하 방지를 위해 전체 가구수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답했다.


바닥 난방 허용...이게 주택인가, 오피스텔인가

서울 시내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뉴스1

주거용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 허용 기준이 완화된다. 오피스텔의 바닥 난방 설치를 금지했던 정부는 주거 기능을 일부 인정해 2006년 전용 50㎡ 이하, 2009년 전용 85㎡ 이하까지 허용했다. 이번에는 전용 120㎡까지 확대한다. 아파트로는 3, 4인 가구가 선호하는 전용 85㎡ 수준이다. 오피스텔은 발코니 설치나 확장이 불가능해 동일 전용면적 아파트에 비해 실사용 면적이 좁다.

30평형대도 바닥 난방이 가능해져 가뜩이나 오피스텔에 달라붙고 있는 ‘투기 수요’가 더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수도권 아파트값 폭등의 '풍선 효과'로 덩달아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용 85㎡ 초과 오피스텔의 누적 상승률은 4.64%다. 60㎡ 초과, 85㎡ 이하는 4.13% 올랐고 소형인 40㎡ 이하는 -0.1%로 상승률이 하락했다. 면적이 클수록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도심 자투리 땅에 빠르게 비아파트 공급이 가능한 정부의 규제 완화 방안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토부도 "매매, 전세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비아파트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에 살기 원하는 수요자를 비아파트로 모는 셈"이라며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용률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급 속도 내기 위해 인허가 통합심의

국토부는 아파트 공급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지자체가 주택건설 사업과 관련해 각종 인·허가 사항을 한 번에 심의할 수 있는 ‘통합심의’제도를 강화한다. 앞으로는 사업주체가 통합심의를 신청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당 지자체는 원칙적으로 통합심의를 의무 시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허가 기간이 9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관리제도의 심사기준도 전면 개편한다. 업계는 분양가 산정 시 인근에 최근 분양·준공된 사업장이 없는 경우 비교사업장이 부족해 고분양가 심사 가격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단지규모 및 브랜드 등을 감안해 유사한 사업장을 선별적으로 적용해 시세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심사 세부기준을 공개해 제도 운영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 지자체별로 상이했던 분양가상한제 심의 기준 또한 개선한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더 뛰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영한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지자체별로 다른 기준을 일원화하고 합리성을 끌어올리면 건설업계도 예측가능성이 높아져 공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관리제도 본연의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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