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SLBM 발사한 날 北 탄도미사일 도발

임성현,연규욱,한예경 2021. 9.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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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북억지력 충분히 갖춰"
김여정 "남북관계 파탄" 경고

우리 군이 세계에서 7번째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1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방한한 가운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 가뜩이나 남북, 미·북 관계 단절로 위기감이 감도는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늘 낮 12시 34분과 12시 39분에 북한 평안남도 양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비행 거리 약 800㎞, 고도 60여 ㎞)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유엔 대북 제재 위반사항이다. 지난 13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개한 지 이틀 만에 무력 도발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북한의 도발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이날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성공리에 발사된 SLBM에 대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군은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미사일 주권'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

문 대통령은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날 문 대통령의 SLBM 참관 발언을 비난하며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헐뜯고 걸고 드는 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현 기자 / 연규욱 기자]

北 미사일 도발 감싼 왕이 "다른 나라도 군사행동한다"

중국 외교부장 방한

美 파이브아이즈 확대엔
"냉전시대 산물" 평가절하
대중국 공세 불참 압박도

"30년 양국 관계 발전을"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왕이 부장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해 한중 외교수장이 서울에서 회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북측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중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이날 낮 12시 37분께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한남동 공관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오찬을 앞두고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왕 부장은 "군사적 조치가 한반도 상황에 악영향이 되지 않도록 관련국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 모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예를 들어 북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또 미국 주도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대해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중국과 한국은 국가 상황이 다르기에 항상 각자의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혀 한국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미동맹 강화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방미를 앞두고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규정한 문제에서 미국 등의 대중국 공세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가 어려워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고위급을 초청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IOC와 각국 지도자를 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원한다. 현재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왕 부장을 접견한 자리에 "베이징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중한 양국은 친척처럼 자주 왕래해야 한다"며 "공자는 '삼십이립(三十而立·30세에 뜻을 확고히 세운다)'이라는 말을 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이제까지 경험을 정리하고 앞으로 30년 양국 관계 발전을 잘 계획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예경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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