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中, 노골적 패권 지향" vs 자칭궈 "美, 일방적인 中 때리기"

이재철 2021. 9.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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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대표 외교석학 거친 설전
앨리슨 "대만서 일촉즉발 상황"
자칭궈, 북핵해법 과격 주장도
"中지지 없인 한발짝도 못 나가"

◆ 세계지식포럼 /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진 G2 ◆

미국과 중국에서 최고의 정치 석학으로 꼽히는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맨 왼쪽)와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맨 오른쪽)가 15일 열린 세계지식포럼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국제 정세: G2 갈등과 해법` 세션에서 좌장인 손열 연세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가운데)를 사이에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지금 미·중 갈등은 역사상 가장 위험한 구조로 가고 있다."(그레이엄 앨리슨 교수)

"'투키디데스 함정' 논리로 중국을 몰아세우지 마라."(자칭궈 교수)

세계 최고 패권국인 미국과 신흥 패권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과연 전쟁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 것일까. 국제사회가 가장 두려워하는 이 위험천만한 시나리오에 두 석학이 창과 방패로 설전을 벌였다. 바로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81)와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65)다. 이들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세계지식포럼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국제 정세: G2 갈등과 해법' 세션에서 "당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연방 서로의 논리를 배척하며 맞붙었다.

앨리슨 교수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을 토대로 두 패권국 간 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경고한 '투키디데스 함정' 개념으로 유명한 미국 최고의 정치학자다. 자칭궈 교수 역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임위원회 위원 등 정부 고위직을 거친 중국의 핵심 외교 석학이다. 자국 정부를 상대로 내밀하게 외교안보 자문 활동을 하고 있는 두 원로 학자는 서로를 "오랜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미·중이 과연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졌는지를 두고 기싸움을 전개했다.

앨리슨 교수는 중국이 노골적으로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 패권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며 현재의 미·중 갈등은 역사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위험한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작은 불씨도 대형 화재로 번지게 되고 세계가 그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을 우리는 역사적으로 경험했다. 지금 미·중 관계는 특히 대만 이슈에서 양국이 전쟁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대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역사학자였던) 투키디데스가 다시 살아나 지금의 미·중 상황을 본다면 역사적으로 가장 큰 충돌이 일어날 수 있음을 염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자칭궈 교수는 "미국이 주장하는 투키디데스 개념은 중국을 국제 사회에서 밀어내고 미국 중심의 세력을 공고히 하려는 프로세스"라고 일축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을 배척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와 관련해 "인도와 이스라엘은 핵을 보유할 수 있는데 중국을 상대로는 어떻게든 중국 지분을 축소시키려 한다"며 "왜 이런 질서 유지에 중국이 미국을 도와줘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앨리슨 교수는 자칭궈 교수를 향해 "중국을 더 크게 하고 부유하게 만드는 굴기 정책은 중국이 스스로 만든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미국이 냉전 이후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최대 패권국이 된 것처럼, 중국도 똑같이 최고의 패권국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최악의 갈등 국면을 탈출할 해법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대목에서 의견 일치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접근법을 토론하는 과정에서 더 거친 설전이 전개됐다.

앨리슨 교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을 지지하느냐 여부로도 전쟁으로 가는 서막이 될 수 있다"며 "양국이 북핵과 기후변화 등 상호 협력 이슈에서 접점을 넓혀 긴장을 완화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자칭궈 교수는 "북핵 문제만 해도 미국은 중국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이는 환상에 불구하다. 중국 지지 없이 일본과 한국만 끌어들여서는 (북핵 이슈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그는 "(중국 없이 북핵 문제가 진전될 수 없음을) 한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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