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바이든 정권 초기가 협상 적기..美, 北에 로드맵 제시해야"

이유섭,문재용 2021. 9.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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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로 클린턴 방북 무산
北, 미국과 임기말 협상에 부담
임기응변식 대북 정책은 한계
장기적 목표로 北 끌어들여야

◆ 세계지식포럼 / 바이든과 한반도, 한미동맹 ◆

15일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에 대한 평가` 세션에서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석좌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과 공동 주최한 이날 세션에는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오른쪽부터)가 참석했고,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가 좌장(왼쪽)을 맡았다. [박형기 기자]
북한이 '미국 정권 초기에 북·미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금부터 대북 정책의 명확한 타임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바이든 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세션에 참가한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어서 이제 시작이고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가 많이 남지 않은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임기가 없다"면서 "세 국가의 타임라인이 다르기 때문에 셈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단계를 밟아 비핵화할지 논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미국 행정부 초기에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면 남은 4년 동안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앤드루 김
김 전 센터장은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사례를 들며 북한이 왜 미국 정부 초기에 대화를 시작하려 하는지를 설명했다. 김 전 센터장은 "2000년 올브라이트 전 장관이 북한을 방문했고 이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려 했다"면서 "당시 제가 평양의 미국 대사관에 파견되려 해서 현지 조사를 해보니, 북한이 북·미 관계 증진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없던 일이 됐다"면서 "북한은 미국 정부와 정권 말에 협상하면 어떤 식으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 정권 초기에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 계속 이렇게 나오면 관계 진전이 더디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선비핵화 후 평화체제' 노선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고 이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도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식 그랜드 바겐도 아니다"면서 "다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핵 능력 감축에 동의한다면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관련해서는 전직 국가 정상들의 분석이 엇갈렸다. 이날 열린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에 대한 평가' 강연에 참석한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겸 유럽외교협회 공동의장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이 미국의 리더십 회복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그만큼 세계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바뀌었고, 미국의 국내 정치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과거에도 소련과 일본 등의 도전이 있었다. 이번에도 중국과의 경쟁 과정에서 미국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을 한미동맹의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고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등 평화 조치가 한반도에 충분한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창조적 솔루션: 한미동맹, 전환 그리고 한반도의 실용적인 평화' 세션에 참가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은 현재 경제적으로 90% 이상 중국에 의존해 왔는데, 중국은 북한을 오랜 기간 경제난 속에 방치해 뒀다"며 "북한도 대안을 필요로 하니 한미동맹이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고, 나아가 북한이 안보에 확신을 갖게 된다면 한미동맹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호영 한국군사학회 회장(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그간의 대북정책이 일관된 목표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돼 왔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을 한미동맹으로 편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섭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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