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배 대박내고도..유행에 뒤처질까 걱정하는 MD

김효혜 2021. 9.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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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의 꽃' MD의 세계
온라인·모바일쇼핑이 대세
남들보다 빠르게 유행 파악
팔릴 만한 상품 기획해 내고
SNS에 민감해야 MD로 생존
쏟아지는 전화·메일 파묻혀
주7일·24시간 일하는 느낌
고객성향에 맞춘 상품 추천
AI는 데이터 분석해 제시
이러다 설자리 없어질까 우려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한 병행수입업체 사무실에서 김영준 롯데온 명품 MD팀장(맨 오른쪽)이 업체 담당자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쇼핑]
요즘 MZ세대에게는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이 더 친숙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상품을 둘러보는 것이 어려워진 까닭도 있지만 원하는 상품을 찾고 가격을 비교하고 배송받는 일련의 과정들이 온라인에서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그야말로 대세가 되면서 각종 온라인몰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인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한 각종 플랫폼과 온라인몰은 시장에서도 막강한 힘을 갖는데, 주요 인기 온라인몰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상품의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판매량이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 배씩 뛰어서다. 많은 판매자가 주요 온라인몰에 입점하려 애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온라인몰에도 상품을 고르고 배치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상품기획자(MD·Merchandiser)들이다. 커머스의 매출과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어 '유통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유행을 읽는 눈, 남들이 찾아내지 못한 상품을 찾아내는 창의성, 마케팅 및 소통 능력까지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해 "뭐(M)든 다(D)한다는 의미에서 MD"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매출을 몇 배씩 뛰게 만드는 금손 MD들은 다른 직군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최근 다양한 온라인몰과 플랫폼이 생기면서 능력 있는 MD들의 몸값 또한 오르는 추세다. 그렇다면 그들의 영향력이나 처우만큼 직업 만족도도 높을까. MZ세대들이 자주 찾는 유명 온라인몰인 무신사, 마켓컬리, 롯데온의 패션·식품·명품담당 MD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온라인몰 MD "수백·수천 개 브랜드를 수백·수천만 고객에게 소개"

MD의 핵심 업무는 잘 팔릴 상품을 발굴하는 것이다. 상품을 찾으면 거래처 및 관계 부서와 함께 가격·구성·마케팅 방식 등에 대한 내용을 협의하고 결정한다. 또 판매 이후 고객의 반응을 파악하고 매출이나 재고 등 사후관리도 담당한다. 즉 상품의 논의부터 발굴, 분석, 입점, 판매, 관리 등에 대한 A부터 Z까지 모든 영역에 관한 업무를 수행한다.

온라인몰은 위와 같은 기본 업무의 범위가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크게 넓어진다고 보면 된다. 김영준 롯데온 MD팀장은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서 입점 문턱이 낮아 보유하고 관리하는 브랜드 수가 엄청나게 많다"며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판매자와 수많은 고객 사이에서 움직이니까 파급력이 훨씬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무신사 MD는 "MD는 쏟아지는 전화와 메일에 파묻혀 있는 사람"이라며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만 해도 6000여 개에 달하는데, 이들과 소통하면서 각각의 브랜드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판매 기획전을 제안하기도 하고, 협업을 기획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고 말했다.

◆ 트렌드를 앞서 읽고 만들어가야 해

MD들은 누구보다 최신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 상품 발주가 빠르게는 1년, 적게는 수개월 전에 이뤄지는 만큼 추세를 미리 읽고 앞서가야 할 때가 많다. 유행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MD들은 늘 '새로운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무신사 MD는 "새로운 계절, 시즌을 앞두고 패션 매거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아티클을 살펴보고 컬러, 소재, 최근 유행하는 콘텐츠를 메모해 둔다"며 "패션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산업 중 하나이므로, 패션 전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지만 화제가 되는 이슈나 콘텐츠를 살펴보고 새로운 문화를 포용하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준 롯데온 MD는 "브랜드 컬렉션 등에 참석해 다음 시즌에 어떤 신상품이 나오는지를 파악한다"며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주력 아이템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전 시즌과 달라진 부분을 비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마켓컬리 MD는 "관심의 유무가 시장의 유행을 읽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며 "무엇이든 다양하게 경험하고 받아들이려는 편이어서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고 보든 업무와 연관해서 생각한다. 맛집도 많이 찾아 다닌다"고 밝혔다.

특히 SNS를 통해 대중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정 브랜드에서 출시한 상품들에 대한 SNS 버즈(언급)량, 검색 수, 조회 수 등을 알아보고,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들과 드라마 등 미디어에 노출됐을 때 반응도 확인하며 최신 유행을 살핀다는 전언이다.

◆ 매출 압박이 가장 큰 스트레스

MD에게 공통적으로 힘든 부분은 매출에 대한 압박이다. 맡은 브랜드의 매출이 잘 나올 때 성취감을 느끼고 특히 고객의 반응이 좋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 반면 매출이 나오지 않을 때는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 무신사 MD는 "담당 브랜드 매출이 일주일 만에 2000% 뛴 적도 있다"며 "생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을 때는 원인이 뭐였을까 항상 분석하고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챙겨야 하는 일이 워낙 많다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현주 MD는 "온라인몰은 24시간 내내 주 7일 고객이 주문하고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내내 일하는 기분이 든다"며 "내가 발굴한 상품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 몫이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챙겨야 한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늘 사람을 상대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무신사 MD는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다 보니까, 무신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상품 추천이라는 측면에서 고객의 성향을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맞춤 추천해 주는 인공지능(AI)과 같은 기계들에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준 MD는 "MD의 직감보다 AI의 분석이 더 정확할 수밖에 없어 우리끼리는 이러다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며 "그러니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MD의 조건 '소통능력·나만의 차별성'

다양한 신제품을 먼저 접할 수 있고, 화려한 직업이라는 인식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늘었지만 사회 초년생이 MD가 되긴 쉽지 않다. 이름을 알 만한 유통기업은 대부분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해 경력 MD를 중심으로 채용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최근 늘어난 소규모의 전문 몰에서 먼저 관련 역량과 경험을 쌓고 대형 몰로 이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필수 자격증이나 스펙은 따로 없다. 식품이나 패션 관련 경력이 있거나 전공자면 관련 MD 채용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를 유통에 옮길 수 있는 실행력과 협상력, 소통 능력이다. 무신사 MD는 "하나의 기획전,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이 맡고 있는 브랜드의 담당자와 소통하는 것은 물론, 내부 유관 부서와 수시로 업무를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준 MD는 "남들에게 쉽게 모방되지 않는 차별성이 필요하다"며 "완전히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철학, 미술, 음악 등의 전공자들도 다양한 지식과 자신만의 경험이 융합되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이 된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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