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왕이 文 예방 직후, 北 '탄도미사일' 쐈다(종합)
왕이 부장 방한 중 이례적 무력 도발
안보리 결의 위반, 대미 압박 시그널
비행거리 약 800km, 국방력 강화 차원
일각 우리군 SLBM 성공대응 분석도
[이데일리 김미경 이정현 기자]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1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하는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 탄도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부과한 대북제재 위반 사항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은 올 들어 다섯 번째다. 청와대는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오후 12시 37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어 오후 1시 10분께 추가 공지를 내고 “북한은 오늘 오후 중부내륙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3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 사실을 공개한지 이틀 만이다.
북한의 무력 도발은 올 들어 5번째다. 북한은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22일과 3월 21일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3월 25일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특히 북한의 이번 도발은 왕이 부장이 문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 나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우방국인 중국의 외교수장이 방한한 날 도발하면서 이를 통해 한미에 강한 압박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군 당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성공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왕이 부장 예방 후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을 찾아 SLBM 발사 시험을 참관했다. 우리 군은 이번에 SLBM을 보유함으로써 전방위적인 위협으로부터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억제 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3월 발사했던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추가 성능 점검 차원에서 다시 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일 북핵 대표회동이나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 등 외부 요인과 관계된 것이기보다는 북한의 국방력 강화 차원으로 내부 계획에 따른 미사일 발사”라고 분석했다.
국방부 한 당국자도 “현재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거리탄도미사일(ICRM)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쏜 발사체는 지난 3월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신형 전술유도탄·KN-23 개량형)과 비교했을 때 고도는 비슷하나 사거리는 200㎞가량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신형 전술유도탄’을 다시 개량하거나 탄두중량을 줄여 비행거리를 늘렸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서 왕이 부장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 데 이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기여를 평가한다”면서 “앞으로도 중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바라며 왕 위원이 한·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왕이 부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특별한 답변 없이 “한중이 상호 존중하는 전통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것이 양국관계의 건전한 발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후 왕이 부장은 정 외교장관과의 오찬에서 북한 단거리 발사체 상황을 공유했다. 왕이 부장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일방의 군사적 조치가 한반도 상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으며, 양 장관은 “한반도 상황 개선, 대화 재개,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데 뜻을 같이했다.
그간 정부는 미중일러 등 주변국들과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기는커녕 탄도미사일 발사로 답을 대신한 모양새가 됐다. 한편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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