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학생들에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육체노동 비하
[경향신문]
“임금 같으면 정규, 비정규직 무의미”
‘120시간’ 발언 이어 노동관 또 도마에
비판 거세자 “컴퓨터 등 역량 강조한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노동관이 15일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임금 차이가 없으면 정규직·비정규직(구분)이 의미가 없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한 발언 때문이다. “고용안정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발언” “육체노동 비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용 안정성도 중요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지난 7월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3일 경북 안동대학교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는 도중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일자리가 큰 차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사실 임금에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구분)이 큰 의미가 있겠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특히 한 직장에 평생근무할 생각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비정규직과 청년구직자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임금의 격차를 없애려고 노력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궁극적으로 없어질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윗세대는 정규직 평생직장 다니면서 청년들만 비정규직으로 메뚜기처럼 평생 이직하라는 말이냐”며 “고용안정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의 전용기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윤석열 후보가 그리는 세상은 부정식품 먹으며 120시간 일하고 고용주는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현대판 노예제’가 아닐까”라며 “윤 후보가 이번에도 비현실적 노동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논란이 지속되자 윤 전 총장은 이날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 네덜란드 등의 소위 플렉시빌리티(유연안전성을 뜻하는 ‘플렉시큐리티’를 뜻하는 것으로 보임)은 자유로운 해고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고용이란 건 안정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숙련, 인간의 권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여지기엔 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안동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나의 일상을 유지하게 해주는 타인의 노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소위 ‘엘리트’들의 전형적인 오만”이라며 “내 주변의 노동도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수많은 국민들의 삶을 돌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불안정한 노동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청년들의 현실에 지독히 무지한 발언”이라며 “비정규직이 그렇게 좋다고 생각하시면 검찰부터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 하시라”고 밝혔다. 홍서윤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 후보가 말하는 손발로 노동하는 대한민국 노동자는 단편적으로 추산해도 400만명이 넘는다”며 “윤 후보의 발언은 (본인이) 직업의 귀천을 나누는 구태한 정치인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1960년대에 단순 노동으로 가발을 만들어서 해외에 수출하지 않았나”라며 “이제 양질의 일자리라는 건 기술로 무장돼 있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첨단과학, 컴퓨터 이런 데 관심을 갖고 역량을 갖추는 게 좋지 않겠냐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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