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살아야한다 말하며 함께 울었다"..골목식당 피눈물 난다
자택서 숨진 후 며칠 뒤 발견
평소에 "너무 힘들다" 하소연
자영업자 단체 "생활고 탓에
올해 들어 극단적 선택 속출"
서울 주요 상권 매출 반토막
자영업자 임계점 이미 넘어
◆ 벼랑 끝 자영업자 ◆
코로나19 이후 월 4000만~5000만원 나오던 매출은 '반의 반' 토막이 났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임차료와 재료비를 합치면 1000만원에 육박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 A씨는 지난달 말 수년간 같이 일하던 직원 3명을 내보내면서 월급을 정산해주기 위해 결혼 후 처음으로 처가에 손을 벌렸다. A씨는 "애들이 엄마아빠 힘들어도 꼭 우리랑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울음을 못 참겠더라"며 "애들을 보고 버티지만 솔직히 살길이 까마득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자영업자들 피해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4단계 방역 조치에 매출은 계속 바닥을 찍고, 거리두기 조치는 언제쯤 완화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버티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이들을 구제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최 사무총장은 "금융권에서는 우리 업종이 유흥업소라고 해서 대출 승인이 하나도 안되는 형편"이라며 "주위에 힘들다는 얘기를 하면 돈 얘기로 이어지니 일가친척도 외면하는 분위기여서 지금 우리 처지는 패닉이라고 할 만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코로나19 대응 전국 자영업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올해에만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최소 22명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흥업뿐만 아니라 자영업 전체가 이미 초토화된 것이다.
이들의 어려움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넷째주 기준 서울 주요 지역 자영업자 매출액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서울 중구에서는 자영업자 매출액이 45% 급감했고, 마포구와 서초구는 44%씩 매출이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같은 기간 술집 매출은 50%가 하락했으며 일반음식점인 한식집도 27% 매출 감소율을 보였다.
도소매·숙박·음식점 등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고용 감소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8월 도소매업 취업자는 11만3000명 줄어 산업별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3만8000명 줄었다. 대면 서비스 업종에서만 취업자 15만1000명이 증발한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도 자동차 조업 중단 등 영향으로 7만6000명이 줄어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당장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정부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7~9월 방역 조치에 따른 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손실보상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손실보상심의위원회 구성부터 실제 보상금 지급까지는 일러도 10월 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88% 가구에 국민지원금을 지급할 게 아니라 실제로 어렵고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자영업자들에게 더 많은 지원금을 줬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 직장인은 "고용 안정 보장받고 꼬박꼬박 월급 받고 있는 나한테 재난지원금을 줄 게 아니라 거리에 나앉기 직전인 자영업자들을 더 강력하게 지원했어야 한다"며 "국민지원금은 민심을 돈으로 사는 매표 행위"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막다른 처지에 몰린 것으로 알려지자 참여연대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입법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비상 상황이지만 정부와 국회의 대책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임기응변식이며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긴급재정지원을 즉각 시행하고 손실보상을 앞당겨야 한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정부, 금융기관 등이 임대료를 분담하도록 강제하는 긴급 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주 = 이상헌 기자 / 서울 = 전경운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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