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고 웬 댄스?.."난 슈퍼우먼 아냐"
웃음 속에 날카로운 풍자로
팬데믹 시대의 갈등 성찰
세계 각국 출신 작가 41명
지구촌 문제 심도있게 다뤄
인종·계층간 갈등도 포착해
드라마·음악 등으로 녹여내
지난 8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한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대형 나무 말에 정예부대를 숨겨둔 고대 '트로이 목마' 같다. 코로나19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우리가 선택했던 드라마와 영화, K팝 등 가벼운 대중문화 매체 속에 팬데믹으로 첨예해진 인종·계층·세대·남녀 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부담 없이 작품을 보다가 사회 문제점을 깨닫고 진지한 성찰을 하게 된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년 역사상 첫 외국인 예술 감독인 융마는 미국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에 영감을 얻어 이번 비엔날레 주제를 '하루하루 탈출한다'로 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쿠바계 미국인 가족 3대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웃음으로 위장한 채 인종주의, 계급, 이민 등 사회 화두를 정면 돌파한다. 홍콩에서 태어나 파리 퐁피두센터 큐레이터로 재직한 융마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편견을 새롭게 정의하고 진정으로 대화를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제 선정이 좋을 뿐만 아니라 사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도록 작가 41명 작품 58점을 엄선해 여백을 두고 배치했다. 수백 명 작가 작품들을 나열해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은 여느 비엔날레 '난장(亂場)'과 달랐다. 대규모 작품들의 '물량 공세' 대신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소수 정예' 작품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우선 서울시립미술관 입구 로비 전체를 감싸는 멕시코 작가 미네르바 쿠에바스의 대형 벽화 작품 '작은 풍경을 위한 레시피'는 우리가 등한시했던 환경과 동물, 식품 산업을 되돌아보게 한다. 화면 속 바위 위에 앉은 여성과 토끼가 관람객을 등진 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다. 이 여성은 동물권 보호 활동을 해온 임순례 영화감독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다.
1층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파키스탄 작가 바니 아비디 작품 '연설'은 대중매체를 통한 국가 이미지와 파급력을 보여준다. 파키스탄 대통령의 전형적인 연설 세트를 연출한 이미지를 라호르 시내 곳곳 TV에 상영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다.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TV 앞에서 중요한 담화문이 발표되기를 기다리지만 정지 화면에서는 누구도 등장하지 않는다. 2007년 제작됐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니 팬데믹 위기에 제 역할을 못하는 세계 곳곳의 정부를 은유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2층 전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불거진 인종차별을 다룬 중국 작가 하오징반 영상 작품 '나도 이해해…'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후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 시위가 퍼져가는 동안 베를린에서 동양인 차별을 경험한 작가가 과거 흑인폭동 장면과 가수이자 시민운동가 니나 시몬의 인터뷰 등을 병치해 차이와 공존을 성찰한다.
외국 작가들과 이메일 등 비대면 소통에도 완성도 높은 비엔날레를 펼친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코로나19 시대에 대중문화는 도피처이기도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힘을 준다. 이번 비엔날레가 팬데믹 시대를 성찰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를 관람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잔잔한 감동과 깊이 있는 감상을 이끌어내는 작품 선정과 공간 연출이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전시는 11월 21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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