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중은 떠날 수 없는 파트너" 한중협력 내세워 미국 대중국 공세 동참 차단 노림수

김유진 기자 2021. 9. 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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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15일 한·중 외교장관이 5개월 만에 마주앉았다. 왕 부장은 “한·중은 떠날 수 없는 파트너”라며 미국의 중국 견제 행보 속에 한·중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왕 부장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각각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미국의 대중 견제 행보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는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양국관계 관련 논의가 오찬을 포함해 3시간 가량 진행된 전체 회담의 절반 이상을 넘길 정도로 비중있게 다뤄졌다.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한·중관계 30년에 의미를 부여하며 “새로운 정세 하에 한층 더 공동체 인식을 강화하고, 공동이익을 지속 확대하고 협력의 잠재력을 부단히 발굴하자”고 밝혔다.

그는 특히 회담 이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에 기울었다고 평가하는가’란 질문에 “미국을 선호하는지 중국을 선호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면서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동반자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등 동맹을 규합해 본격적인 대중 견제에 나서자, 중국도 한·중 협력을 내세워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속내를 내비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이뤄진 왕 부장의 방한을 두고 한·미 밀착을 경계하는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왕 부장은 지난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의 사안이 언급된 것과 관련, 한국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한국은 국가 상황이 다르기에 항상 각자의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각각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며, 민족·문화 전통·국민감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 움직임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왕 부장은 미국 의회가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를 한국 등으로 확대하려고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선 기자들에게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이자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북한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정 장관과 같이 “대화 재개 노력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공감하면서도 “군사조치를 관련국들이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문제삼아온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왕 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여러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중국 측도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힌 대목은 눈길을 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문제와 관련해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조기에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의용 외교장관은 또 게임·영화·방송·케이팝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원활한 교류를 위한 협조도 당부했다. 왕 부장은 이에 “한국측 관심사를 잘 알고 있고 가능한 협력방안을 계속 소통해나가자”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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