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페로제도 돌고래 1428마리 학살 논란
[경향신문]
영국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북대서양의 덴마크 자치령 섬인 페로제도 주민들이 돌고래 1428마리를 한번에 사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세계 단일 고래 사냥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해양 환경단체 시셰퍼드 글로벌은 14일(현지시간) 페로제도 주민들이 지난 12일 돌고래를 집단으로 사냥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주변 바다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지역 주민들은 아직 숨이 붙은 채 몸부림치는 돌고래들을 육지로 끌어올렸다. 해안가에는 이미 돌고래 수백마리의 사체들이 놓여 있었다.
페로제도에서는 허가증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돌고래를 사냥할 수 있다. 주민들은 수백년간 ‘그라인드’라는 방식의 돌고래 사냥을 벌여왔다. 사냥꾼들은 집단으로 배를 타고 나가 고래를 몬 뒤 척수를 단칼에 자르도록 고안된 창을 사용해 돌고래를 잡았다. 그라인드 방식으로 잡은 돌고래 고기는 현지 주민들이 나눠 가졌다.
그러나 이번엔 사냥 규모가 워낙 방대해 고래 사체가 쓰레기로 버려지거나 땅에 매립될 것이라고 덴마크 신문 엑스트라 블라뎃이 전했다. 이번에 잡은 돌고래 수는 1428마리로 역대 최대 규모다. 1940년 1200마리, 1879년 900마리, 1873년 856마리, 1938년 854마리 기록을 넘어섰다.
고래 사냥꾼들은 고래 사냥이 페로 지역문화 정체성을 구성하는 전통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동물복지 관점에서 봐도 가둬키운 소와 돼지를 죽이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으로 고래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1초 만에 고통 없이 죽인다는 것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불필요한 고래 학살’이라고 맞선다. 롭 리드 시셰퍼드 영국지부 최고운영책임자는 “영국에서 불과 370㎞ 떨어진 부유한 유럽의 섬 지역에서 그렇게 방대한 고기가 버려지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칼에 죽지 않는 돌고래도 있다. 시셰퍼드 글로벌은 “많은 돌고래가 모터보트 프로펠러에 갈려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돌고래 사냥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도 많다. 페로 공영방송은 설문조사 결과 페로 주민의 50%는 돌고래 사냥에 반대하고, 30%만 찬성한다고 전했다. 다만 둥근머리돌고래 사냥에는 80%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규제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한 지역 주민은 엑스트라 블라뎃에 “고래를 죽이더라도 구역별로 할당량이 있어야 하고 돌고래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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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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