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페스트는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였다

김소연 2021. 9.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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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팬데믹이 불러온 시장경제·종교개혁·문화 융성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위대한 혁신 가져올까

‘페스트는 유럽 근대화의 인큐베이터였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저자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14세기 유럽은 페스트로 인해 전체 인구의 30%에 가까운 사람이 사망합니다. 페스트 팬데믹으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인건비가 높아졌고 그 결과 노예에 가까웠던 농민이 자유로운 신분의 농업 노동자가 되는 등 서민의 지위가 상승합니다. 이후 도시 주민의 형편이 크게 나아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이는 산업혁명의 토대가 됩니다. 그뿐인가요. 페스트는 종교개혁과 문화 융성의 단초가 됩니다.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중세, 사람들은 페스트에 걸리지 않거나 낫게 해달라며 기도하기 위해 교회로 몰려들었죠. 그러나 아무리 간절하게 기도해도 페스트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교회는 집단 발병의 온상이 됩니다. 사람들은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신에게 실망해 믿음을 잃어갔고 이는 종교개혁으로 이어졌죠. 문화 융성은 뭐냐고요? 페스트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을 겪으며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과학기술 그중에서도 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겠죠. 이 같은 관심은 다양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매체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금속활자 발명과 지식혁명이 이뤄졌다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10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 적용을 해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죠. 이번 추석 합본호 밥상의 주식이 바로 ‘위드 코로나’입니다. ‘위드 코로나’가 가능한 시기가 정말 도래한 건지,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뭐가 달라지는지, 우리보다 한발 앞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에서는 지금 어떤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지,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투자 전략’이 빠지면 섭섭하겠죠. 물론 함께 준비했습니다.

‘위드 코로나’를 말하지만 머리는 ‘비욘드 코로나’로 향해 갑니다. 페스트 팬데믹 덕분에 위대한 혁신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언젠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이렇게 진보했다’는 평가도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현실세계 중심에서 가상세계 중심 시대로 들어가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든 아주 짧은 기간에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됨으로써 지긋지긋한 미생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바이오 혁명의 시발점이 됐다’ ‘개인과 가족의 만족과 행복을 제1가치로 치는 사고방식의 대전환이 이뤄졌다’ 뭐 이런 식이 될 수 있을까요?

“누구나 뭔가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다.”

페스트 대유행을 자세히 기록한 이탈리아 북부 도시 시에나의 연대기 작가가 남긴 문구랍니다.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기보다 무슨 일이든 과감히 시도해보는 게 낫다고 여겼을 테죠.

갑자기 왜 요즘 핫하다는 드라마 D.P.의 대사가 생각이 나는 걸까요.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죠.”

즐겁고 편안한 추석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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