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우주입자..韓 기초과학 투자 늘려라"
국내외 과학자들 한 목소리
연구자들 창의성 보장해
무에서 유 창조 기반 마련
한국기초과학연구원 10돌 맞아
전세계 상위 1% 논문 최다 발표
감염병·양자기술 연구도 진행
◆ 세계지식포럼 ◆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선진국 초입의 한국, 어떤 기초과학을 해야 하나' 세션에 참석한 국내외 과학자들은 한국이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길주 고려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연구 역사는 미국, 유럽, 일본과 비교했을 때 100년 가까이 뒤처진 만큼 기초과학보다 응용 쪽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추격 연구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며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더 이상 추격형 연구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1999년 이후 투입 대비 결과물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당시는 '0'에서 '1'을 만드는 기초과학 투자가 필요한 시기였는데 성공의 함정에 빠져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정부 주도 프로젝트보다 연구자에게 자율권을 주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스 볼프강 스피스 전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장은 "최상의 결과를 내려면 연구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상당히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연구기관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성향이 있다"며 "이는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한국도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인류에게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를 선정해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초과학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대표적이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분야 기초연구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개발로 이루어진 것처럼 기초과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 있다.
이날 세션에 참가한 데이비드 스윈뱅크스 스프링거네이처 호주·뉴질랜드 의장은 "IBS에서 발행되는 논문의 약 10%가 최상위 저널에 발표되면서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과 같은 기관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는 11월 IBS는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토론자로 나선 노도영 IBS 원장은 "IBS는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방향성을 설립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기초연구는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한데 어디에 초점을 둘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IBS는 과학자를 선정한 뒤,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 좋은 성과를 냈다"며 "이제는 해야 할 분야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IBS는 이를 위해 지난해 감염병·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국가적으로도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양자기술' 부문에서도 기초과학이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를 연구하는 분야에도 꾸준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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