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기고]잘못된 전제에 기댈 필요 없는 기본소득

오준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비서관 2021. 9.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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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NGO 발언대의 ‘기본소득의 잘못된 두 가지 전제’(9월12일자 24면)라는 글을 읽고, 기본소득을 지지하지만 고갤 끄덕였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기본소득이 기대고 있는 두 가지 전제를 비판했다. 일부 기본소득 논변들이 그런 전제에 기대고 있는 것은 맞다. 그 전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그런 전제에 기댈 필요가 전혀 없다.

김윤영이 지적한 두 전제는 ‘부자들도 기본소득을 받을 때 납세 유인이 높아진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전자에 관해 김윤영은, 부자든 중산층이든 세금을 내는 것은 현대 사회의 위험에 공동 대처하자는 사회보장의 합의인데 기본소득이 이 합의를 약화한다고 한다.

세금이 사회보장의 합의라는 말은 옳다. 그런데 한국의 저부담·저복지가 그 합의 결과라면 너무 얄팍한 합의다. 합의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즉 증세와 재분배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기본소득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기본소득 수혜자 연합’이라는 한배에 태워, 민주주의의 힘으로 부자에게 더 세금을 내도록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지사가 ‘부자에게 안 주면 세금을 안 내려 할 것’이라 하는 것은 아쉽다. 부자를 배제할 이유는 없지만, 부자의

선의에 기대기 위해서는 아니다. 부자에겐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하며, 효과적인 방법은 선별보장보다는 기본소득이다. 다수 시민을 한 편으로 묶기 때문이다.

또 김윤영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제에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과연 일자리가 사라지는지 불확실하며, 그런 논리라면 기본소득이 질 나쁜 일자리를 거부할 힘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일자리 총량이 유지되더라도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안정된 일자리는 빠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김윤영의 지적은 옳다.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먹고 살기 위해 기본소득을 달라’는 방어적 논리에 기댈 이유가 없다.

기본소득은 ‘공유부’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떡고물 좀 달라는 애원이 아니다. 지식과 기술은 사회적 협력의 산물, 곧 공유부의 성격을 지닌다.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기업가형 국가>에서 현대 핵심기술들이 기업보다는 납세자 세금을 활용한 국가의 공공투자에 의해 개발되었다고 밝힌다. 인공지능 학습에는 시민이 제공하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필수다. 그렇다면 생산성 발전에서 비롯된 과실의 상당한 몫은 마땅히 모든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기본소득이 권리라면, 일터에서 노동자의 협상력으로 작동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김윤영이 말했듯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만연하게 한 시장 실패,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실패라는 두 가지 실패가 기본소득을 불렀다. 잘못된 전제에 기대지 않고도, 기본소득은 이 두 가지 실패의 명쾌한 해결책으로 등장할 것이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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