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중국 외교부장 방한 중 보란 듯 탄도미사일 제재 위반한 북한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15일 미사일을 또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중부 내륙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쏘아 올렸다. 미사일은 고도 60여㎞로 800㎞를 비행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다섯 번째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로 따지면 이틀만이다. 지난 11~12일 발사한 미사일이 유엔 안보리 제재 범주에 들지 않는 저강도 시위라면 탄도미사일은 제재 위반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제트 엔진의 힘으로 직선 궤도를 따라가는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로켓의 추진력으로 날아가 속도와 파괴력이 큰 게 특징이다. 사나흘 간격을 두고 무력 시위 강도를 높인 것이다. 더욱이 이날은 방한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우호적인 대화를 나눈 날이다. 하루 전에는 한미일 북핵 수석 대표가 도쿄에서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는 비핵화 진전과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북한이 일부러 시기를 맞춰 무력 과시에 나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미의 적극적인 유화 제스처에 호응은커녕 대놓고 제재를 위반한 행위여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핵시설을 적극적으로 재가동하는 징후도 드러내 주목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이사회 발언에 따르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내 원심분리기 농축 시설에서 냉각 장치를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 공장을 재가동하려는 징후로 해석된다. IAEA가 지난달 지적한 5MW(메가와트) 원자로 근처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 가동 징후에 이은 움직임이다.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폐연료봉재처리는 모두 핵무기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이다. 영변 외 강선 지역에 있는 핵시설에서도 활동 징후가 있다고 한다. IAEA가 현장 조사를 할 수 없기에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첨단 장비 등을 통한 정보 수집이라서 그럴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핵 활동 재개가 사실이라면 이는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전 상황으로 역주행하는 행보다. 북핵 협상이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교착 속 정체가 아닌 악화의 길로 가는 분위기가 짙어 우려된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축소 시행하는 등 대화 의지를 입증하려는 노력을 벌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가 있었다. 억제 전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대화와 협상을 뒷받침할 탄탄한 자주 국방력과 전쟁 억제력의 주요 축으로 기능하길 기대한다.
왕이 외교부장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두둔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려 한다고 해도, 우려 대상이 유엔 제재 위반 행위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중국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야한다. 북핵 협상에서 중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한국이 지속해서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과의 대화에서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하도록 중국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중국은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북한의 무력 시위를 자제시키고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설득하길 기대한다. 더불어 내년 2월로 예정된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왕 부장도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정부는 긴장 고조의 흐름을 끊고 북한을 대화로 이끌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북한이 올해 도쿄 올림픽 불참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국가 자격의 대회 출전 금지 제재를 받긴 했으나 북핵 협상 관련국들의 의지가 있다면 내년 초 베이징이 얼마든지 기회의 장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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