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이스' 범죄 처단 대리만족에 빛바랜 개연성

조연경 기자 2021. 9. 1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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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보이스피싱 소재 '보이스' 리뷰

| 전국민 타깃 범죄…피해자 위로·경각심 전달 목표
| 변요한 vs 김무열 극과극 대립각, 연기 전쟁도 쏠쏠

출연: 변요한·김무열·김희원·박명훈·이주영
감독: 김선·김곡
장르: 범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9분
한줄평: 범죄는 현실, 추적은 판타지
팝콘지수: ●●●◐○
개봉: 9월 15일
줄거리: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전직 형사 출신 피해자가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경각심을 일으키는 메시지, 실체조차 알 수 없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대리만족,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 등 최초 목적 달성은 성공이다.

국내 최초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영화 '보이스(김선·김곡 감독)'가 15일 공식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행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범죄지만 가해자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 파악조차 어렵다. 범죄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 조직의 꼬리를 밟아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은 아무 잘못없이 피해자가 된 피해자들을 더욱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전화기,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한 범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을 법하고 언젠가 누구든 타겟이 될 수 있는 범죄이기도 하다. '보이스'는 이러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주인공의 여정에 관객을 탑승하게 만든다. 범죄는 버젓이 존재하는데, 이를 쫓는 과정과 결과는 그저 영화적 판타지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더 큰 아이러니함을 자아낸다.

변요한·김무열·김희원·박명훈 등 충무로에서 진국으로 통하는 배우들이 의미있는 작품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또한 주요 캐릭터 외에도 영화의 곳곳을 채우는 수 많은 배우들이 짧지만 강렬하고 꼭 필요한 존재감을 내비친다. 코로나 시국 만나는 보이스피싱 백신 영화. 추석시즌 전 세대 필람무비로 대다수가 추천하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느 '시나리오'가 더 촘촘할까



보이스피싱 범죄가 피해자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더욱 치 떨리게 만드는 이유는 돈을 얻기 위해서라면 누구를 건드려서라도 세 치 혀를 놀린다는 데 있다. 가장 기뻐할 만한, 혹은 가장 절망적일 법한 사연으로 허를 찔러 심리를 자극하고,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타 조직적으로 옥죄고 압박한다. '보이스'는 왜 보이스피싱을 당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피해 당사자의 잘못이 아닌지 촘촘하게 설명한다.

주인공 한서준(변요한)은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던 중, 자신과 동료들의 가족 전체가 대규모 보이스피싱 피해에 노출됐다는 것을 파악하고 흑화한다. '전직 형사'라는 설정으로 개연성을 마련한 '보이스'는 한서준의 움직임을 통해 국내 인출책(보이스피싱 조직 최말단 구성원. 피해자들의 입금액을 계좌 정지 전 인출하는 역할)부터 콜센터 본거지까지 단계별 실체를 밝힌다.

한서준이라는 인물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보여도 그렇게나마 범죄자들을 잡고 싶어하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모조리 한 캐릭터에 담아냈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스스로를 미끼로 던져 피라미드 꼭대기를 파악하고, 혈혈단신 중국까지 날아가는 시작점부터 관객들의 몰입도는 이미 최고치를 찍는다.


한서준이 잠입한 콜센터는 신세계 그 자체다. '보이스' 측도 금융감독원, 지능범죄수사대, 화이트 해커 등 다양한 전문가들과 현재까지 드러난 윤곽을 바탕으로 상상에 의존해 본거지를 탄생시켰다.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는 공간이지만 작업복 입고 근무하는 회사나 다름없는 환경이다. 그들에겐 이미 일상이자, 직업이다. 피 한방을 안 묻히고 입으로 터는 범죄도 잔혹하긴 매한가지다.

4인1조 범죄팀은 피해자가 빠져나갈 구멍을 차단하는 탄탄한 시나리오로 팀워크를 빛낸다. 대학 조별과제를 그렇게 했으면 무조건 A+ 다. '보이스'는 몇 가지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직접 소개해 관객들도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영화로나마 엿 본 '범죄 공장'은 분위기가 음울할 뿐 꽤 평범해 소름 끼치고, 시나리오 적중률 고공 행진에 따라 터지는 범죄 조직의 환호성과 쓰러지는 피해자들의 교차 편집은 심장을 들끓게 만든다.

이러한 적진의 한복판에서 한서준은 적의 머리를 파악하고 본인의 머리도 굴린다. 설계자 곽프로(김무열)와 감시자 천본부장(박명훈)의 존재를 확인, 그 사이 국내에서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이규호(김희원)와 조력자 해커(이주영)가 각자의 위치에서 한서준의 계획을 돕고 따른다. 영화는 보이스피싱만으로도 방대한 내용을 국경 넘은 스케일로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려 노력했다.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은 단순하다. 보이스피싱의 연결고리 자체가 어지러워 나머지는 쉽게 풀어낸 것일지는 몰라도 결과가 뻔히 보이는 중반부 이후 영화적 재미 자체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을 활짝 열고 받아 들였던 개연성도 몇몇 공간은 끼워 맞추기 식이라 죽어라 애쓰는 주인공만 안쓰러울 뿐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확연하게 보인다.

아쉬움을 최소한으로 감소시키는 건 단연 배우들의 열연이다. 주연·조연·단역 할 것 없이 '보이스'는 연기 맛집 호평을 받게 될 전망. 뚝심있게 모법 답안을 보여주는 변요한, 필모 최고 연기를 펼쳤다 자신할 수 있는 김무열,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내비치는 김희원, 버릴 장면 하나없이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이주영, 그리고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관객들을 들었다 놓는다. 다만 비주얼만으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박명훈은 캐릭터의 쓰임새와 연기 모두 유일하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해 애초 시나리오 속 천본부장은 어땠는지 역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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