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웃음·감동 타율 좋은 박정민..추석의 '기적'

박정선 기자 2021. 9. 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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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적' 스틸.

| 박정민 주연 실화 바탕 영화 '기적' 리뷰


|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 잡기 성공
| 추석 극장 성수기 겨냥한 가족 영화

출연: 박정민·이성민·임윤아·이수경
감독: 이장훈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한줄평: 웃기고 울리고 다 되는 모범영화
팝콘지수: ●●●●○
개봉: 9월 15일
줄거리: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여전히 찬바람이 부는 극장가에 흥행 바람이 불 수 있을까. 착한 영화, 착한 배우들이 쉽지 않은 '기적'에 도전한다.

2018년 데뷔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2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1988년 세워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새롭게 이야기를 창조했다.

배우 박정민이 마을에 기차역을 세우는 게 유일한 목표인 4차원 수학 천재 준경 역을 맡았고, 거침없는 행동파이자 자칭 뮤즈 라희를 소녀시대 출신의 임윤아가 연기한다. 이성민이 무뚝뚝한 아버지이자 원칙주의 기관사 태윤 역할로 존재감을 입증하고, 이수경이 준경의 누나 보경 캐릭터를 맡아 이야기의 중요한 키를 쥔다.
영화 '기적' 포스터.

촌스러워 보인다고요?

콘셉트가 중요한 시대에 '기적'은 촌스러운 로그 라인을 가졌다. 진짜 톱 배우가 납치되고(영화 '인질'), 가만히 있던 내 집이 땅 밑으로 무너져내리는(영화 '싱크홀') 영화계에서 시골에 기차역을 세우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울 수 있을까. 시선을 확 끌 만한 콘셉트 없이 치열한 극장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것이 '기적'을 향한 첫인상이다.

'기적'은 촌스럽게 생겼지만 착한 모범생이다. 밋밋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재미를 지녔다.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조차 옛날 방식인데도, 그 옛날 방식이 2021년의 관객에게 잘 먹혀들어간다. 웃음과 감동 모두 타율이 높다. 순수한 시골 천재 소년 박정민, 사랑스럽고 야무진 소녀 임윤아, 현실 누나 같은 이수경이 보여주는 유머는 억지스럽지 않아 더욱 유쾌하다. 박정민과 이성민, 이수경 세 가족이 선사하는 감동으로 눈물을 쏙 뺀다. 여기에 박정민과 임윤아가 보여주는 첫사랑의 설렘과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반전까지. '기적'은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의 재미가 들어찬 선물 세트다.

영화 '기적' 스틸.
영화 '기적' 스틸.
데뷔작인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신인임을 의심케 했던 이장훈 감독. 이미 잘 알려진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하면서도 이 감독만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26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바 있다. 그는 이번 '기적'을 통해 첫 작품의 흥행이 단순한 요행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도록 유머와 감동 코드를 적절하게 배치했고, 관객이 모든 캐릭터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장훈 감독이 기적을 만들었다"는 이성민의 말처럼, 이장훈 감독이기에 지금의 '기적'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박정민이 열일곱으로 보이는 마법

영화 '기적' 스틸.
1987년생인 박정민은 올해 만 34세다. 그는 자신의 나이를 절반으로 뚝 자른 17세 준경을 연기한다. 17세로 분한 34세의 연기는 자칫 잘못하면 영화 전체의 몰입을 깨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관객은 실제 박정민이 누구인지 잘 안다. 무리수 캐스팅이라고 두고두고 회자될 모험일지 모른다.
그러나 촌스러운 겉모습과는 다른 속내를 드러내는 '기적'처럼 박정민 또한 이야기가 진행되며 진짜 열일곱 소년 준경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일제강점기 고뇌하는 청년('동주')이었고, 원피스를 입고 짙게 화장한 트랜스젠더('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였던 박정민은 어느새 온전히 시골 마을 천재 소년이 된다. 모든 작품에서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있는 반면, 그는 정반대다. 역할에 녹아들어 자신을 지워낸다. 34세에 이토록 풋풋한 첫사랑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다니. 역시 박정민이다.
영화 '기적' 스틸.

영화 '기적' 스틸.
이성민은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며 존재감을 입증한다. 처음엔 대사도 없이 굳은 얼굴만 보여주더니, 이야기가 흘러 '기적'의 눈물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다. 손 떨림이나 얼굴의 핏줄 하나로도 캐릭터를 표현하는 디테일한 연기는 여전히 훌륭하다. 임윤아는 사랑스럽다. "배우들 가운데 가장 사투리를 잘 소화했다"는 이성민의 극찬처럼, 이제는 아이돌 출신 타이틀을 완전히 내려놓아도 될 듯하다. 이수경은 더욱 성장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난 지 오래지만,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맡아 빛을 발한다. 추석 연휴, 많은 관객의 손수건을 젖게 만들 주인공이다.
부모님과 봐도 괜찮을 영화
영화 '기적' 스틸.
영화 '기적' 스틸.

좋은 타이밍을 잡은 데다 대진운도 좋다. 성수기인 추석에 경쟁작도 많지 않다. 선정적인 요소라곤 찾아볼 수 없고, 꿈과 희망 그리고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가족들이 다 함께 극장 나들이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영화는 없다.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했고, 개봉 직후 실 관람객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추석 연휴 '기적' 같은 흥행을 기대해볼 법하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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