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전통 현대차 VS 신생 테슬라

박태준 2021. 9. 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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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5만대에서 100만대 이상 늘어 400만대를 넘어섰다. 3년 연속 판매량이 줄고 있는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전동화 전환이 시급한 전통 내연기관 중심 완성차 업체와 처음부터 전기차로 시작한 테슬라 간 시장 경쟁은 언제나 뜨거운 관심사다. 올해로 창립 54주년을 맞는 현대차와 2003년 시장에 뛰어든 테슬라는 태생부터 다른 만큼 시장 전략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고급화 vs 대중화

테슬라는 고가 전기차 모델로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초기보다 저렴한 가격대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대중화를 실현하고 있다. 반면에 현대차는 시장 초기부터 대중화 모델로 시장에 진입했다. 테슬라의 대량 생산 첫 모델은 1억원 안팎 '모델S', 현대차 첫 전기차는 준중형급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5000만원에 달한다.

현대차의 첫 대량 생산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이들 전통기업과 신생기업의 초기 시장 전략도 크게 다르다. 전기차만으로 시장에 입문한 테슬라는 초기 생산성이 기존 완성차에 비해 크게 부족했다. 이런 이유에서 마진이 높은 고가 모델로 시장에 진입했고, 여기서 쌓은 생산·시장 노하우로 '모델3' '모델Y' 등 하향식 라인업을 구축했다. 모델S를 생산할 당시만 해도 테슬라의 생산 캐파는 수만대 수준인데다 자본력도 크게 부족했다. 이후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며 대량 생산체계를 준비했고, 현재 테슬라의 생산 캐파는 연간 50만~60만대를 넘어선다.

결국 초기 모델S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구조로 시장 장기전을 대비한 것이다. 테슬라는 하향식 라인업 과정에서 배터리 등 독자 부품 개발과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며 생산성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에 현대차는 대중화 전기차 모델을 앞세운 상향식 라인업 전략을 쓰고 있다. 초기 생산라인을 새로 마련하지 않고, 기존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병행 활용하며 생산성과 투자비 등 위험요소를 최소화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시장이 불투명했기때문에 초기 사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테슬라의 첫 대량생산 전기차 모델S.

현대차는 지난 2016년에 첫 전기차 모델로 4000만원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출시했다. 테슬라 모델S에 비해 주행거리 등 각종 성능은 다소 떨어졌지만 절반 수준 가격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이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차는 독자 기술로 확보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아이오닉5'를 선보였고, 제네시스 'eGV80' 'GV60' 등 고급 브랜드에도 전기차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다. 현대차는 이들 신형 전기차를 앞세워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내재화 vs 협력사

현대차와 테슬라는 부품 수급 전략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는 직간접적으로 거래하는 수백개 부품 협력사를 두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로 전환되지만 협력사와 거래를 단번에 끊을 수 없는 데다 배터리셀 등 주요 부품 내재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이에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에 따른 기존 협력사 체질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복수 내연기관 부품 협력사를 배터리팩 공급 업체로 선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가 전기차와 함께 미래 친환경차로 주목받는 수소전기차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차에 비해 수소전기차가 내연기관 부품 체계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에 테슬라는 시장 초기부터 협력사 의존보다는 주요 부품에 대한 내재화에 무게 중심을 뒀다. 애초부터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크게 적은 전기차 시장을 노렸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원통형 전지(규격 18650)를 공급 받았고, 이후 파나소닉과 기술 협력으로 테슬라 독자 규격(21700) 제품을 개발했다. 현재는 100% 독자 생산 등의 내재화를 실현할 새로운 규격(4680) 배터리까지 개발 중이다.

다수 협력사를 두면 공급처 다변화로 안정적 부품 수급은 물론 경쟁 입찰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배터리셀 부품이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CATL을 주요 협력사로 두고 있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적다. 또 전기차 시장 확대로 대량 수급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나아지고 있다.

반대로 내재화는 초기 비용 부담이 크게 든다. 그러나 생산량이 받쳐준다면 점차 가격경쟁력을 높여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전기차 시장 확대를 고려해 기존 협력사의 전동화 부품 사업 전환을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배터리셀 등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독서비스 차별화

구독 서비스나 렌터카 사업에도 두 회사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테슬라는 자체 구독 서비스나 렌터카 사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 시장에만 반자율주행(FSD) 기능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 테슬라는 각종 편의·첨단 주행기술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데 매달 서비스 비용으로 199달러(약 22만원)을 내야한다.

테슬라에 비해 현대차는 차량을 수시로 바꿔 탈 수 있는 개념의 '현대 셀렉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가 다양한 차종을 탈 수 있는 장점에서 차종 확대 등 서비스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현대차는 이 같은 구독 서비스 호응이 높아지면서 장기 렌터카 또는 카셰어링 수요까지 잡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현대차는 다양한 차종을 경험하도록 한 구독서비스로 차량 판매 수익에 기여하고 테슬라는 소프트웨어(SW) 기술로 수익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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