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재호 "기존 교육선 혁신인재 못 나와..'한국판 미네르바스쿨'로 글로벌 리더 키울 것"

고광본 선임기자 2021. 9. 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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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나선 염재호 태재대 설립준비위원장(전 고대 총장) 인터뷰
美 미네르바스쿨과 노하우 접목
문명사적 전환기 문제해결 학습
"젊은 인재들에 창의성 북돋워야"
내년 중 국·내외 학생 선발 목표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을 표방하는 태재대학(泰齋大學)의 염재호 설립준비위원장이 “21세기 미래형 고등교육을 위한 혁신 대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울경제]

“문명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 사회와 기업에서 교육 혁신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만 기존 교육의 틀로는 담아내기 힘든 실정입니다.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을 만들어 디지털 문명사회를 이끌고 인류 화합에 기여할 미래 인재를 양성할 것입니다.”

‘한국판 미네르바스쿨’을 표방하는 태재대학(泰齋大學)의 염재호(66·사진) 설립준비위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울경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21세기 미래형 고등교육을 위한 혁신 대학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과학기술 등 정책 전문가인 그는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고려대 총장을 역임하며 대학 혁신을 주도했고 현재 SK㈜ 이사회 의장 등으로 활동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다.

태재대학은 미국 미네르바스쿨과 긴밀히 협조해 혁신가를 키우기 위한 미래 대학이다. 국내 가구 인테리어 1위인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이 출연한 자금으로 운영된다. 조 명예회장은 본인 지분 15.45%를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 30.21%를 IMM프라이빗에쿼티(롯데쇼핑 참여)에 약 1조 5,000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염 위원장은 “조 명예회장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싱크탱크인 여시재와 태재연구재단을 창립한 데 이어 교육 혁신을 고민해왔다”며 “미래 경영과 세계 경영을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대학 설립을 추진해 교육부의 인가를 얻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대거 배출하며 한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조 명예회장과 염 전 총장은 15일 태재학원 창립총회를 갖고 각각 이사장과 설립준비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목표대로라면 내년 중 국내외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학원 이사진으로는 두 사람 외에도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 구자문 전 선문대 부총장,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 김용직 케이씨엘 변호사,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노정혜 전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이 합류했다. 감사는 박성현 회계사와 민경찬 연세대 명예교수가 맡는다.

염 위원장은 “기존의 정답만을 찾는 문제풀이식 교육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와 인류가 당면한 미래에 닥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울 것”이라며 “미네르바스쿨의 커리큘럼과 노하우를 충분히 접목해 혁신 교육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피력했다.

그는 고대 총장 시절 유연학기제 도입과 융합 교양 과정 편성, 국제 하계 대학과 크림슨 칼리지(새로운 학부 시스템) 구축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학생 출석부, 상대평가, 시험 감독을 없애고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했다”며 “8주간 집중 토론하는 유연학기제를 통해 학생들이 방학 중 인턴 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교수 평가에서도 논문의 양보다 질을 중시했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실시하는 병원·의대·공대 등의 융합 기술 사업화를 참고한 ‘KU MAGIC’ 프로그램을 고려대의료원에서 시행했다.

염 위원장은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요즘은 코로나19 사태로 제한을 받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런던·베를린·서울·부에노스아이레스·하이데라바드·타이베이까지 세계 7개 도시에 머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온라인 수업으로 문제 해결형 토론을 한다”며 “태재대학도 글로벌 대학을 지향하며 온라인 교육을 바탕으로 한 미래형 고등교육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네르바스쿨이 교양 교육을 바탕으로 전공을 심화해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에 방점을 두고 논리적 비판력, 실증적 창의력, 소통·협동 능력을 키우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네르바스쿨은 연간 약 150명 정원에 세계 각국에서 2만 명 이상 지원해 경쟁률이 130 대 1이 넘는다.

그는 “대학이 벼랑 끝에 몰렸는데도 융합 교육을 통해 창의적 지식과 교양을 창출하고 토론과 집단 지성을 발휘하게 하는 문화가 미흡하다”며 “지지난해 말 준공한 고대의 SK미래관에 교실을 만들지 않고 토론실과 리빙랩을 갖춰 기업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총장 시절 구상 중 실패한 것이 미래 대학인데 미네르바스쿨처럼 미래형 교육 과정 학부를 하겠다고 하니 학생들이 ‘귀족 학부를 만든다’며 총장실을 점거했다. 교수들도 과별로 정원을 한 명씩만 내놓으라고 했지만 거부했다”며 아쉬워했다.

염 위원장은 “정치권은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줄 비전과 전략이 부족하고 우리 사회는 미래와 혁신을 위한 창의성을 북돋우지 못하고 대학은 20세기식 교육에 머무르며 인재 양성 및 연구개발(R&D)과 기술 사업화가 부진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태재대학은 젊은 세대에게 21세기 비전과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시민사회와 밀접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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