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장기전세주택 가치 33조→7조 축소.. 공공주택 사업 소홀 핑계 삼아"

윤한슬 2021. 9. 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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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장기전세주택의 장부 가격을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호당 가격이 가장 축소 평가된 아파트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로, 시세는 25억 원인 반면 장부가는 시세의 4%인 1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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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장기전세 209개 단지 시세-장부가 비교
서초 아크로리버파크 장부가는 시세의 4% 불과
"SH, 공공사업 적자 들어 공공택지 팔아 땅장사"
SH "합병 등 정당 사유 있어야 평가 방식 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자산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장기전세주택의 장부 가격을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 사업으로 비치고, SH는 이를 핑계로 공공주택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SH가 보유한 장기전세주택의 자산가치는 전체 33조7,000억 원, 호당 평균 10억 원으로 나타났지만, 장부상으로는 각각 7조5,000억 원, 2억3,000만원으로 시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수준으로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이다.

경실련은 SH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2007~2020년 장기전세주택 사업지구별 취득가와 장부가를, 7월 기준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 등에서 시세를 각각 산출해 비교했다. 각 가격은 전용면적 59㎡(25평) 기준으로 환산했다. 분석 대상은 209개 단지, 3만 2,964세대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7년 강서구 발산지구와 송파구 장지지구에 공급된 첫 장기전세주택의 경우, SH의 호당 취득가는 발산2단지 1억1,000만 원, 장지10단지 1억5,000만 원이고 현재 시세는 그보다 7~8배 오른 7억8,000만 원과 12억5,000만 원이다. 반면 SH 장부상 각 단지 주택 가격은 8,000만 원과 1억2,000만 원에 불과하다. 토지가치 상승은 반영하지 않고 건물 감가상각만 반영하다 보니, 시세는 물론이고 취득가보다도 낮다는 것이 경실련 분석이다.

단지 기준으로 시세와 장부가 차이가 가장 큰 곳은 강일1지구로 조사됐다. 이 단지에 공급된 장기전세주택 1,667세대의 총 시세는 1조6,930억 원이지만 장부가는 3,502억 원으로 시세의 20% 수준이다. 이어 위례A1-10블록, 위례13블록, 고덕리엔파크3단지, 세곡2지구 3단지 순으로 장부가와 시세 차이가 컸다. 경실련은 209개 단지 전체의 장부가가 시세보다 26조2,000억 원 축소 평가됐다고 계산했다.

호당 가격이 가장 축소 평가된 아파트는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로, 시세는 25억 원인 반면 장부가는 시세의 4%인 1억 원이었다.

경실련은 SH가 공공주택 자산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이를 핑계로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달 정책국장은 "SH는 '양질의 공공주택을 늘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라 어렵다고 변명한다"면서 "경실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SH 공공주택 10만 채의 현재 가치는 74조 원인데도 SH는 이를 12조~13조 원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순철 사무총장은 "SH가 자산가치 저평가로 공공주택 사업이 적자 사업이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면서 "땅장사나 다름없는 공공택지 매각을 중단하고 전량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H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세로 자산을 평가하는 것은 회계기준상 불가능하고, 설령 평가 방식을 바꾸더라도 영업수지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H는 "유형자산을 시세로 평가하는 '재평가 모형'으로 변경하려면 합병 등 기업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있거나 동종 산업 대부분이 그런 회계정책을 채택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시세로 재평가하더라도 그렇게 증가한 금액은 당기손익 증가 등 영업수지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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