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四色] 조선힙합 열일했다

2021. 9. 15. 12: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어느 시골 아낙의 새벽 하품, 어민들의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 힙합과 강강술래의 낯선 만남, 호미·진돗개·막걸리에 지구촌의 호평이 이어진다.

조회 수라는 것이 며칠 지나면 시들해지는데 이 '조선힙합'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른다.

가장 큰 비결은 우리 국악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확인된 'K-힙합'이 한국 정서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쾌지나칭칭나네'에서는 힙합 아티스트 여러 명이 대구 약령시장 도로를 춤추며 횡단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골 아낙의 새벽 하품, 어민들의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 힙합과 강강술래의 낯선 만남, 호미·진돗개·막걸리에 지구촌의 호평이 이어진다. 예상 밖이다.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의 관광 홍보 영상인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 2’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공개된 지 열흘 남짓 지난 상황에서 약 6000만뷰를 기록하고 있다. 홍보 영상인데도 그 많은 절경이나 멋진 모습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서산 바지락 캐는 현장, 순천 밭일하는 모습, 부산 낙동강변 습지, 대구 공구상가·약재상가, 서울 지하철과 골동품 노점 등을 배경으로 했다. 경주·안동 화면만 좀 괜찮다 싶다.

조회 수라는 것이 며칠 지나면 시들해지는데 이 ‘조선힙합’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른다.

가장 큰 비결은 우리 국악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확인된 ‘K-힙합’이 한국 정서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심미안을 틔워준 기획력도 탁월했다. ‘범 내려온다’ 열풍을 몰고 온 ‘시즌 1’의 인기가 신기함·기발함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시즌 2’는 평범함 속에서 매력을 끌어내고 그 평범함에 끊임없이 빠져들게 하는 재주를 부린다.

서산 갯벌 바지락 조업을 그린 ‘머드맥스’의 첫 장면은 생선들이 매달려 있는 곳 옆에서 한 갈퀴머리 아저씨가 둔기를 집어 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할리데이비슨보다 멋지다는 댓글이 쏟아진 갯벌경운기의 발동기였다.

경운기 앞에 달린 바지락 도깨비는 사막전투영화 ‘매드맥스’의 해골을 닮았다. 어민들이 갯벌을 무대로 강인하게, 한편으론 도깨비 놀듯 즐겁게 살아왔음을 보여준다. “경운기 한 대쯤 끌어야 힙해지는 시대가 온 것인가”라는 댓글에서 평범한 것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한다.

순천 한 농촌 할머니의 100회 생신을 주제로 한 ‘새타령’ 화면엔 없어도 될 소품 호미와 진돗개가 몇 번 등장한다. 요즘 미주 지역 히트상품들이다. 아끼던 인삼주를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와 백세 할머니께 선물하는 아저씨의 미소가 세계적 명성의 순천만 낙조 풍광만큼이나 아름답다.

‘쾌지나칭칭나네’에서는 힙합 아티스트 여러 명이 대구 약령시장 도로를 춤추며 횡단한다. 누구든 ‘비틀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이로써 약령시장 도로는 런던 애비로드급으로 격상된다.

품격 있는 한옥 전각을 배경으로 ‘내 중심으로 강강술래’를 노래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빌보드 상위권에 진입했던 ‘대취타’(BTS 슈가)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 편에선 갓쓴 정장 차림의 아티스트가 지하철여행을 하는데, 시즌 1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리더의 모습을 닮았다. 앰비규어스는 BTS와 작업 중인 세계적인 가수 콜드 플레이로부터 컬래버하자는 삼고초려를 받을 만큼 유명해졌다. 시즌 2가 시즌 1 대박의 계승자라는 느낌을 준다.

이번 ‘시즌 2’의 매력과 가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일상과 노고에 청년들이 박수를 보내고, 젊은이들의 K-힙합 스타일에 기존 세대가 어깨춤을 추는 세대장벽을 줄인 점, 진정성과 솔직함이 가장 강한 무기라는 사실, 옛것과 지금의 K-팝이 멋지게 상통한다는 점,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우리의 능력을 키운 점이다.

“이게 뭐라고 울컥하냐”는 반응에서 보듯 이번 영상은 명절 대가족 분위기마저 더욱 따뜻하게 만들 것 같다.

함영훈 문화부 선임기자

abc@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