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兆 빚투' 中부동산 재벌 헝다 파산설.. 글로벌 증시 위기감

이경은 기자 2021. 9. 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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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중국 선전시 헝다그룹 본사 앞에서 '돈을 돌려달라'면서 소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헝다그룹 계열사는 재테크 상품을 판매해 왔는데 자금난 루머가 퍼지자 불안해진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하던 중국인 여성이 쓰러져 응급 조치를 받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970~80년대 재계 7위 대기업이었던 국제그룹. 21개 계열사를 거느린 큰 기업이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 시절인 1985년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과도한 부채 비율 등 표면적인 이유는 여럿 있었지만, ‘정치 자금을 다른 기업보다 적게 내서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한국의 국제그룹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Evergrande) 얘기다.

헝다는 지난 1997년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해 금융, 헬스케어, 여행, 스포츠, 전기차 사업까지 확장한 재벌 기업이다. 창업자인 쉬자인(徐家印) 회장은 지난 2017년 중국 부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헝다그룹은 차입에 의존한 무리한 신사업 투자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당국이 민생 안정을 위해 강력한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을 펴면서 사업 환경이 급속히 나빠졌다.

지난 14일 홍콩 증시에서 중국헝다 주가는 전날보다 11.9% 하락한 2.94홍콩달러에 장을 마쳤다. 헝다그룹이 자금난 때문에 파산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졌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동안 헝다 주가는 83% 하락했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 약 1조9500억 위안(약 350조원)으로 천문학적이다. 만약 헝다그룹이 부채 상환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면, 중국 금융시스템에 상당한 리스크와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13일 중국 선전 헝다그룹 본사 앞에 '돈을 돌려달라'면서 몰려든 시위대를 막기 위해 경비원들이 줄지어 서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헝다그룹은 지난 13일 긴급 성명서를 내고 최근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는 파산설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헝다그룹은 “전력을 다해 부동산 시공 현장을 다시 가동하고 고객들에게 상품을 인도하는 등 경영을 정상화할 것”이라면서도 “회사가 현재 확실히 전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회사의 자금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못한 것이다.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헝다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266억달러에 달하는 헝다의 달러채가 국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계 블랙록과 스위스계 UBS, 프랑스계 아문디 등이 헝다 달러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헝다 그룹의 구조조정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헝다 채권 처리가 최소 -75% 손실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말 80센트 정도였던 헝다 달러채는 이달 들어서는 28센트 수준까지 추락했다. 블룸버그는 “정부 도움 없이는 상황이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도 15일 중국 부동산업체인 헝다 그룹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에 대해 중국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체의 부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과열 억제책도 한몫했다”면서 “빅테크 규제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 등을 통해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중국 정부가 헝다 그릅에 유동성 지원을 통해 구제에 나서기 보다는 파산을 용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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