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안보 무능 일상화, 아프간 비극 부른다

기자 입력 2021. 9.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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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을 발표했다.

지난 8월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보복 도발을 예고한 지 한 달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는 피폐해져 갔지만, 김정은 정권은 한 번도 핵능력 강화의 시간표를 늦춘 적이 없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실험이 주변국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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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 센터장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을 발표했다. 지난 8월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보복 도발을 예고한 지 한 달 만에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으로 한 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종의 수위 조절로 볼 수 있고, 미국도 비난 성명 외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김정은이 보여주는 2개의 시간표와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큰 걱정거리를 남기고 있다.

김정은의 첫 번째 시간표는 ‘핵능력 강화’의 시간표다. 이는 시작과 끝이 일관된다. 핵무기 개발로 시작해서 핵무기 완성으로 끝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계속된 제재에도 핵능력 강화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왔다. 3년마다 이어진 핵실험이 그랬고, 2016년과 2017년에 몰아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그랬다.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는 피폐해져 갔지만, 김정은 정권은 한 번도 핵능력 강화의 시간표를 늦춘 적이 없다.

순항미사일 실험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핵탄두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갖춤으로써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정교한 타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지난 1월 개최된 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은이 지시한 그대로다.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밝힌 것처럼,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핵보유 협상’의 시간표다. 핵능력 강화와 달리 협상의 시간표는 변화무쌍하다. 필요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에 합의했다가 또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합의 파기를 반복한다. 문 정부가 성과로 내세운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선언’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가동해도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말하는 문 정부만 모르는 사실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복귀·합의·파기’ 등 다양한 협상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러면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핵무력 완성에 필요한 시간을 버는 일이고, 나아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이미 북한은 어느 정도의 핵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협상 목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으로 방향을 옮기고 있다. 한때 북한이 주장했던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하고 있는데도 대화에 복귀하지 않는 이유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실험이 주변국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못 내고 있고, 순항미사일을 위협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외교부 장관은 ‘대화의 시급성을 잘 보여준다’는 한가로운 소리나 한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원자로뿐만 아니라 농축 우라늄 시설도 가동하는 조짐이 보이는데 책임 있는 정부 인사 누구도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의도가 핵보유라면 이대로는 안 된다. 북한의 위협을 인식하고, 핵 억제력을 강화하며, 대화를 추구하되 변화가 없으면 압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대책도 없이 말만 앞서는 안보 무능이 우리의 일상이 되고, 김정은이 추구하는 2개의 시간표가 실현된다면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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