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군사합의, 군비통제 기본원리 역행..MD체계 강화해야" [한반도 정세 긴급진단 ③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인터뷰]

2021. 9. 15. 11: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남북군사합의는 적대 행위를 막기보다는
사전탐지와 군사적 대응능력만 약화시켜
핵무장엔 부정적, 요격 역량 강화에 집중
차기 정부, 무너진 외교안보 정상화 나서야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해묵 기자

한국의 북핵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3주년을 맞게 되는 2019년 9월 남북 평양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남북군사합의에 대해 “없는 것보다 못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천 이사장은 남북군사합의로 북한의 기습공격은 더욱 용이해진 반면 남측의 방위태세는 약화됐다며 북한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파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는 남북미 대화 교착 국면 속 기로에 선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스티븐 비건 전(前)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이어 천 이사장의 인터뷰를 싣는다.

▶“남북 군사합의, 되레 신뢰 구축 장애물로 작용”=천 이사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꼽았다.

그는 “9·19 합의는 그간 모든 성공적 군비통제 합의의 목표와 전제에 역행하고 있다”며 “군사합의의 생명은 검증을 통해 군사력과 군사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신뢰를 높이는 것인데, 9·19 합의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공중 감시정찰을 통한 검증을 제약함으로써 북한의 기습공격을 오히려 더 용이하게 만들고 남북 간 신뢰구축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99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 회원국 간 서명하고 34개국이 가입한 오픈 스카이즈 조약을 언급하며 “남북군사합의는 적대행위를 막기보다는 사전탐지와 군사적 대응능력만 약화시켰다”며 비판을 이어갔다. 오픈 스카이즈 조약은 적대국 간 상호 공중정찰을 자유화함으로써 양측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9.19합의에서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한 데 대해서도 “근사한 말로 들리지만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적대행위’로 규정해 시비를 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4년 간 외교안보 무너져...비정상의 정상화 필요”=천 이사장은 현실 정치와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차기 정부에서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현 정부가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렸다고 하는데, 이명박 정부 때도 한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이었다”면서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며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외교안보전략의 과제로 “인도·태평양 권역에서 21세기 한국 안보와 역내 평화에 대한 위협은 신흥 패권세력의 공세적 팽창정책에서 온다”며 “우리가 동아시아 평화 안정을 확보할 새로운 국제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진정한 균형외교란 동아시아 전체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패권적 야심과 횡포에 의해 역내 세력 균형과 안정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는데 힘이 되는 나라와 손을 잡는 게 진정한 균형외교”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이후 마련된 이른바 한중 ‘3불 합의’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걸린 안보주권을 안보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나라와 흥정의 대상으로 삼은 것부터가 문제라면서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이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술핵 재배치, 북핵 억지력 제한적...MD 강화로 가야”=이와 함께 천 이사장은 보수진영 일각에서 북한 핵위협에 대응 방안으로 제기하는 ‘핵 무장론’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우선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사전에 제거하고, 선제공격에서 놓친 미사일을 요격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대북 응징보복을 통한 억지가 실패할 개연성을 고려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 ‘거부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 이사장은 이를 위한 최상의 수단이 정밀타격자산을 대폭 증강하고 미사일방어체계(MD)를 보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뿐 아니라 중고도와 저고도를 포함한 모든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도록 최소한 3중의 방어망을 촘촘히 건설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어 “독자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는 대북 억지가 실패할 경우 사후 응징보복에는 유용하지만 북한의 핵 사용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막는 데는 별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북한 핵무기에는 더 좋은 핵무기가 만병통치약이라는 미신을 과신한 데서 나온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응징보복을 통한 억지수단으로서 핵 무력에 중복 과잉투자하는 것보다 북한의 핵사용을 선제적으로 거부할 자산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