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인턴기자' 어땠길래.."여성 무능 프레임"vs"나 신입 때 같아"

김명진 기자 2021. 9. 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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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콘텐츠 ‘SNL 코리아’에서 선보인 ‘인턴 기자’ 꽁트가 20대 여성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 현장 생중계 상황에서 여성 인턴 기자가 정부의 방역 수칙을 주제로 뉴스 앵커와 문답을 주고 받는 연출이었는데, 당당하던 인턴 기자가 앵커의 연속 질문 공세에 말을 더듬다가 울먹이며 현장을 뛰쳐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소셜미디어에선 “현실 고증을 제대로 했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이 느껴진다” 같은 반응도 나왔지만, “소심한 성격의 젊은 여성을 희화화했다” “여성에게 무능 프레임을 씌운 것”이라며 내용이 불편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 11일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된 SNL 코리아 2화에서 인턴 기자 역할을 맡은 배우 주현영(왼쪽)과 앵커 역할을 맡은 개그맨 안영미. /쿠팡플레이

논란이 인 연출은 지난 11일 SNL 코리아 2화 하지원 편 ‘뉴스위크앤드’ 코너에서 나왔다. 방송 뉴스 현장 생중계 형식을 따와, 인턴 기자와 뉴스 앵커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정부 당국의 방역 지침 완화를 주제로 ‘티키타카(탁구공처럼 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식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담았다. 인턴 기자 역할을 맡은 배우 주현영은 “젊은 패기로 신속 정확한 뉴스를 전달한다. 안녕하세요 인턴 기자 주현영 입니다”라며 당찬 모습으로 리포트를 시작한다.

인턴 기자는 극 초반엔 “일단 제가 질문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며 준비해 온 질문을 앵커에게 역(逆)으로 묻는 등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인턴 기자 역의 배우는 눈을 과장되게 크게 뜨거나 입술을 꾹 앙다무는 표정과 함께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이런 연기를 했다. 그러나 “정부가 어떤 근거로 추석 때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는 것이냐. 명절이라고 코로나가 활동을 자제하진 않을 거 아닌가”라는 앵커 질문을 받은 뒤 인턴 기자는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인턴 기자는 “일단은, 좋은 질문? 지적? 아무튼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불안한 듯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긁거나 침을 삼키는 연기를 한다. 목소리는 작아졌고 떠는 듯한 말투에 의미 없는 손동작을 하는 모습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그 부분 있잖아요” “그게 일단은” 같은 말을 반복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앵커 역할을 맡은 개그맨 안영미가 “말 똑바로 하라. 취재 안 했나”라고 지적하자 인턴 기자는 카메라를 향해 울먹이다가 먹먹한 목소리로 “안 하고싶어요”라는 대사를 남기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이런 연출이 담긴 프로그램은 쿠팡플레이 ‘이번주 인기작’ 2위에 오르고, 유튜브에서 조회수 58만회, 댓글 1800여개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면접관 질문에 쩔쩔매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대학생 때 첫 발표하던 게 생각나 부끄럽다” “회사 인턴 때 첫 PT를 하던 내 모습과 똑같다” “얼마 전 그만 둔 우리 회사 신입이 떠오른다” “18~24살 사이 디폴트(기본) 말투를 잘 따라했다” 같은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성 인턴 기자’가 상사 질문에 쩔쩔매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 젊은 여성 세대를 조롱거리로 삼은 콘텐츠라며 불편한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트위터에서는 “뒤로 갈수록 불쾌해져서 웃을 수가 없었다” “풋내기 제스처는 잘 흉내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세대 조롱에 그치고 만 것 같아 아쉬움이 더 컸다” “또 여성을 놀리고 비웃는구나 싶어서 별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여성들은 대처가 필요한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는 편견을 담은 용어인 ‘오또케’ 프레임 안에서 사회초년생들의 어리숙함을 웃음거리로 만든다” “젊은 여성이 상사의 호통에 울면서 포기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여초(女招) 커뮤니티에서도 배우 주현영의 연기가 ‘여성 희화화가 맞느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여성시대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여자한테 무능한 프레임을 씌우기에 딱 좋은 개그” “된장녀 개그도 예전엔 웃겼다” “오또케 오또캐 아몰랑 같은 뉘앙스의 여성혐오”라며 해당 연출이 ‘여성 혐오’라는 의견과, “’여성’을 특정했다기보다는 ‘사회 초년생인 20대’를 대상화한 것” “주변에선 남녀 구분 없이 ‘나도 저랬는데’라는 반응이더라” 같은 의견이 맞섰다. 이 사안은 여성시대 회원 사이에서 투표까지 부쳐지기도 했다. 지난 14일 시작된 투표에서는 현재까지 716명이 참가했는데, ‘여성 희화화’가 맞는다는 의견이 32%(231표), ‘희화화는 아니다’는 의견은 48%(468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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