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허블 이후 가장 먼 유인 우주여행을 떠난다

곽노필 2021. 9.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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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민간 저궤도 우주관광 출발 임박
순수 민간인 우주여행팀 '인스피레이션4'
고도 575km에서 3일간 머물며 우주체험
출발에 앞서 우주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한 인스피레이션4 우주여행팀. 윗줄 오른쪽이 이번 여행을 조직한 재러드 아이잭먼이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우주비행사 없이 순수 민간인들로 구성된 우주여행팀이 16일(한국시각) 사상 처음으로 지구 저궤도 우주관광길에 오른다.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15일 오후 8시2분(미 동부시각 기준, 한국시각 16일 오전 9시2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민간인 4명을 태운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을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우주비행사가 동승한 이전의 국제우주정거장 방문이나, 지난 7월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의 우주경계선 찍고돌아오기식 준궤도 관광과 달리, 이번 우주여행은 수백km의 우주공간에서 사흘동안 머문 뒤 돌아온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민간 우주관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여행은 1990년 허블우주망원경 프로젝트 이후 인류의 가장 먼 유인 우주여행이기도 하다.

미 우주군 제45기상비행대대가 발표한 일기 예보는 발사시각 전후 12시간 동안의 기상 조건 적합 확률을 80%로 예측했다. 이번 발사는 스페이스엑스의 네번째 유인우주선 발사다.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대기중인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 인스피레이션4 제공

남녀 2명씩 구성…총 비용 2억달러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 영감이라는 뜻)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번 우주여행은 미국의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38)이 소아암전문병원인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기금 모금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직했다. 아이잭먼은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로, 2004년 첫 비행 훈련을 받은 뒤 2009년 개인 제트기로 최단시간 세계일주비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고교 중퇴 후 사업을 시작해 이미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 있는 그는 1인당 5천만달러, 총 2억달러에 이르는 이번 우주관광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그와 동행하는 여행팀원은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의 직원 대표로 뽑힌 헤일리 아르세노(Hayley Arceneaux·29), 병원 기부자 대표로 뽑힌 우주캠프 카운셀러 출신의 록히드마틴 직원 크리스 셈브로스키(Chris Sembroski·41), 아이잭먼이 경영하는 온라인 결제플랫폼 시프트포페이먼츠의 고객 대표로 뽑힌 과학커뮤니케이터 시안 프록터(Sian Proctor·51)이다. 남성과 여성 각 2명에 백인 기업가(아이잭먼), 소수인종 출신(프록터), 어릴적 골육종을 앓은 후유증으로 다리에 보철물을 넣은 최초의 우주여행객(아르세노) 등 다양성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우주정거장 도킹 부분을 빼고 설치한 조망용 투명돔. 여행팀원의 막내인 아르세노가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했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첫 민간 유인우주선 개조해 재사용

이들을 태운 우주선은 지난해 11월 국제우주거장을 방문했다 올해 5월 초 돌아온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호를 개조한 것이다. 우주선의 높이는 8.1미터, 지름은 4미터다. 스페이스엑스는 이 우주선의 국제우주정거장 도킹 부분을 빼고 그 자리에 조망용 투명돔을 설치했다. 우주관광객들은 이 투명돔을 통해 탁 트인 360도 우주 전망을 체험할 수 있다. 우주선 꼭대기 노즈콘 안쪽에 있는 이 투명돔은 이륙 및 지구 대기 재진입 때는 덮개에 가려져 있으며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있는 동안만 열린다. 단, 공간이 넓지 않아 한 번에 한 명만 이용할 수 있다.

투명돔 디자인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및 우주 관측 장소로 이용하는 쿠폴라 창과 비슷하다. 개조하기 전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에도 창문이 있기는 하지만, 사방이 투명창으로 둘러싸인 돔은 승객들에게 훨씬 더 큰 몰입감을 줄 수 있다.

우주정거장·허블망원경보다 높이 날아

인스피레이션4팀을 태운 우주선의 목적지는 국제우주정거장(420km), 허블우주망원경(540km)보다 높은 고도 575km 우주공간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첫 식사로 피자를 먹을 예정이다. 이곳에서 3일 동안 음속의 20배가 넘는 시속 2만8천km의 속도로 지구를 돌며 우주를 체험한다. 지구 둘레를 한 번 공전하는 데 10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속도다. 지구 조망이 심드렁해지면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이들은 또 우주체류 중 우주비행이 인체에 끼칠 영향에 대한 연구 작업에도 참여해 심전도, 수면, 심박수, 혈중산소포화도 등의 생물학적 데이터를 측정하고 혈액 검사, 균형 및 지각 검사, 초음파 장치를 이용한 장기 검사를 직접 수행한다.

우주선은 3일간의 우주여행을 마친 뒤 19일 지구로 돌아온다.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낙하산을 펴고 플로리다주 인근 대서양 해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유인우주선을 싣고 발사 대기중인 팰컨9 로켓. 로켓(70m)과 우주선(8m)을 합쳐 높이가 78m에 이른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여행 전 과정은 인간 개입 없이 자동 진행

우주여행의 전 과정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효율적인 여행팀 운영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여행팀 각자에게도 역할이 주어져 있다. 전체를 총괄하는 사령관은 아이잭먼이 맡았다. 우주비행사를 꿈꿨던 프록터는 여행팀의 2인자로 조종사 역할을 맡아 시스템 모니터링과 명령 실행을 담당한다. 셈브로스키는 화물 적재와 수리를, 아르세노는 의료와 과학 실험을 맡았다.

넷플릭스는 지난 6일부터 이들의 우주여행 과정 전체를 담은 5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다. 30일엔 최종회로 3일간의 우주체류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내보낼 예정이다.

인스피레이션4는 스페이스엑스의 올해 23번째 로켓 발사 임무이자 네번째 유인우주선, 첫번째 민간인 탑승 유인우주선 프로그램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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